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27년 만에 한국 선수가 ‘톱10’에서 사라졌다.
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에서 끝난 제79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천200만 달러)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선수는 김효주와 임진희로 나란히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10위 안에 교포 선수로는 앤드리아 리(미국)가 공동 3위, 이민지(호주)가 공동 9위를 차지했으나 한국 국적 선수는 10위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톱10’에서 사라진 것은 1997년 이후 올해가 27년 만이다.
1998년 대회에서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국 선수들은 US여자오픈에서 해마다 10위안에 진입했다.
10위 내 진입이 문제가 아니고 박세리에 이어 2005년 김주연,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9년 이정은, 2020년 김아림 등 한국 선수들이 유독 자주 우승한 대회가 바로 US여자오픈이었다.
또 2017년에는 박성현이 우승하고, 10위 안에 무려 8명이 한국 선수가 포진해 ‘US여자오픈이 아니고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사소 유카(일본)가 우승하는 등 10위 안에 아시아 국적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공동 9위까지 11명 가운데 일본 선수가 5명이었고, 태국 3명, 한국계인 앤드리아 리와 이민지 등 10명이 아시아 국적 또는 아시아계 선수들이었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근 내림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시즌 개막 후 13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2014년 개막 14번째 대회에서 박인비가 첫 승을 따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2021년과 2023년에는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의 최근 메이저 우승은 2022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전인지다.
박인비가 지난해 출산 이후 투어 활동을 중단했고, 고진영 역시 최근 손목 부상 등에 따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들의 미국 진출이 뜸해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미국 무대 강세가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파리올림픽에 한국 선수는 여자 골프에 2명만 나가게 될 수도 있다.
여자 골프는 6월 24일 세계 랭킹 기준으로 15위 이내 선수들은 한 나라에서 4명까지 나갈 수 있고, 그 아래 순위부터는 한 나라에 2명씩으로 출전 쿼터가 제한된다.
한국 여자골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2021년 도쿄 대회에 모두 4명씩 출전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 랭킹에서 15위 이내에는 고진영(7위), 김효주(10위) 2명만 15위 이내에 들어 있다. 19위 양희영, 20위 신지애 등이 15위 안으로 들어와야 올해 파리올림픽에도 4명 출전이 가능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