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이 나오자 이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크고 작은 행동에 나섰다.
한편에서는 성조기를 거꾸로 내걸거나 그런 장면을 담은 사진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은 배심원단 신상을 털고 협박성 글을 올리는 등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과 NBC방송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뒤 지지자들이 집에 성조기를 뒤집어 게양하거나 거꾸로 된 성조기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주니어와 차남 에릭의 부인이자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라라 트럼프 등 직계 가족을 비롯해, 공화당 내 친트럼프·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의원,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기도 한 보수 논객 댄 봉기노 등이 온라인에 ‘거꾸로 성조기’ 사진을 공유했다.
공화당 기부자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메이카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도널드 타피아는 애리조나에 있는 자택 밖에 성조기를 거꾸로 게양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도 건물 앞에 재단 로고 깃발과 함께 성조기를 뒤집어서 걸고 이를 찍은 사진을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했다.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마이애미 지부도 텔레그램에 뒤집힌 성조기 사진을 올렸다. 프라우드 보이스는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한 1·6 사태를 주도했던 단체다.
거꾸로 걸린 성조기는 1700년대 선원들이 조난신호 수단으로 사용하던 것이 이어져 ‘SOS(긴급 구조 신호)’의 의미로 통하나 정치적으로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항의와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1800년대 중반 노예제 반대 운동,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2020년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촉발된 대규모 항의 시위, 2022년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에 항의하는 시위 현장에 뒤집힌 성조기가 휘날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배하자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면서 항의의 뜻으로 성조기를 거꾸로 걸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새뮤얼 얼리토 미국 연방대법관이 1·6 의회폭동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17일 자택에 성조기를 거꾸로 내건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회폭동 사태와 관련한 면책특권 주장을 포함해 1·6 사태와 관련한 다수의 판결을 남겨놓고 있어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또한 배심원단과 검찰, 판사 등 이번 유죄평결 관련 인물들을 겨냥해 ‘보복’, ‘응징’ 등 폭력적인 언사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내고 있다.
초당적 비영리 연구단체인 ‘어드밴스 데모크라시’에 따르면 SNS와 친트럼프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건 기소를 맡은 앨빈 브래그 뉴욕시 맨해튼지방검사장과 유죄평결을 내린 배심원을 위협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돌고 있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배심원들의 신상을 파악해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배심원의 주소 명단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퍼뜨리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