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전 英총리·오르반 헝가리 총리·伊부총리 등 지원사격
크렘린궁은 “바이든, 정적제거 시도” 미 정부 비난
성추문 입막음 의혹 관련 유죄평결로 미국 사상 첫 ‘중범죄자’ 전직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유럽 일부 지도자들이 잇따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국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타블로이드 매체 데일리메일에 실린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이번 판결로 “작아진 게 아니라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번 재판을 “기관총을 든 마피아식(machine-gun mob-style)의 표적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의 지속적 인기와 유권자들과 가까워지는 능력에 경악한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그의 선거운동을 좌절시키려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고 있다”면서 “미국 유권자 다수도 이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미국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사법제도를 악용해 유력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박해하고 있다는 트럼프 측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존슨 전 총리는 “그(트럼프)의 재임기간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국내외 모두에서 그를 비판하는 좌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국 전역에 봉쇄령을 내려놓고선 정작 총리실 등에선 이를 무시한 채 춤을 추고 술을 마셨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 여파로 2022년 7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존슨은 재임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미 의회의 우크라이나 추가원조 예산안 처리 지연에 다급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존슨 전 총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예산안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존슨 전 총리 이외에도 권위주의나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일부 유럽 지도자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기원하며 이번 평결의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와 한때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5선에 등극한 러시아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정적제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에 관해 말하자면 합법과 불법을 막론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정치적 경쟁자를 사실상 제거하려 한다는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시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국민으로 하여금 오는 11월 (선거결과로) 직접 판결하도록 하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친러·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사법적 괴롭힘의 희생자’로 규정하면서 엑스를 통해 연대와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