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동거하며 두 손녀 헌신적으로 돌봐…유족 “우리의 기둥” 추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장모이자 미셸 오바마 여사의 어머니인 메리언 로빈슨이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NBC 방송이 31일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유족은 성명을 통해 “그가 오늘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부고를 전했다.
유족은 성명에서 “이제 우리 중 누구도 그가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상실감을 드러냈다.
1937년생인 로빈슨은 평생을 시카고에 살다가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사위 오바마와 딸 미셸의 설득으로 2009년 백악관에 입주했다. 당시 10살과 7살이던 두 손녀 말리아와 사샤를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는 과거 CBS 방송 인터뷰에서 백악관 생활이 “(딸과 사위) 모두에게 매우 힘든 삶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면서 “난 그들의 안전과 손녀들을 걱정했고 그게 워싱턴DC로 가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후 로빈슨은 오바마의 대통령 재임기(2009∼2017년) 내내 백악관에 머물렀지만 외부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한 삶을 영위했다.
종종 주말행사에 참여하고, 해외여행 등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두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유족들은 “우리는 그를 필요로 했고, 두 손녀도 할머니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는 내내 우리의 반석이 되어줬다”며 “그는 할머니로서 그의 역할을 즐겼고 취침 시간이나 사탕 등과 관련한 규칙을 지키게 하면서도 부모가 너무 엄격하다며 ‘아기 손녀’들의 편을 들어줬다”고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되새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때 로빈슨을 “아는 사람 중 가장 가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NBC는 전했다.
로빈슨은 백악관 입성 초기 자신을 시중들려는 백악관 직원들에게 자신의 빨래를 직접 한다는 등의 생활 원칙을 납득시키기 위해 ‘상당한 조정’이 필요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가 유일하게 만나길 원했던 내빈은 교황이었을 정도로 백악관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과의 교분도 거의 없었다고 유족은 덧붙였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이런 성정을 지닌 모친과 매우 친밀한 모녀 관계를 유지했으며, 지난 21일 어머니의 날에는 시카고 오바마 대통령 기념관에서 로빈슨의 이름을 딴 전시회를 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고 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