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첫 흑인 지검장, 민주당 소속…각종 수사로 트럼프와 ‘악연’
美 전현직 대통령 유죄 평결 끌어낸 첫 사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34개 혐의 전부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기소부터 유죄평결까지 끌어낸 앨빈 브래그 뉴욕시 맨해튼지방검사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맨해튼지검 사상 최초의 흑인 지검장인 브래그 검사장은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유죄 평결을 끌어낸 첫 번째 지검장이 됐다. 그는 2021년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친 뒤 민주당 후보로 나서서 지검장으로 당선된 바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맨해튼지방검찰청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1973년 10월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브래그 검사장은 하버드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홈페이지와 자서전을 통해서는 스스로를 ‘할렘의 아들'(A son of Harlem)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홈페이지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악연’도 언급돼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선 재단이었던 ‘트럼프 파운데이션’에 대한 소송을 지휘하며 악연을 맺었다.
이 소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단 공금을 유용한 혐의가 인정됐다.
브래그는 전임자인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으로부터 수년간 묵힌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각종 수사를 넘겨받으면서 악연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후에는 공화당으로부터는 기소가 정치적이었다는 공격을 받았고, 트럼프 지지자로부터는 살해 협박과 인종차별적 독설도 겪어왔다.
지검장이 되기 전까지는 뉴욕 남부 연방 지검에서 검사로 수년간 화이트칼라 범죄와 공공 부패 사건들을 수사했다.
이후 뉴욕 로스쿨의 방문 교수와 ‘인종 정의 프로젝트'(Racial Justice Project)의 공동 의장을 지냈으며, 뉴욕 경찰의 가혹 행위로 2014년 숨진 흑인 남성 에릭 가너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맨해튼지방검찰청 홈페이지에서 그가 재범률을 낮추고 총기 관련 기소를 늘리며, 생존자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고 언급돼 있다.
총기 사건에 대한 기소를 늘림과 동시에 피해자와 목격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총기 폭력 예방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특수피해자부서를 만들며, 증오범죄부서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로 제시됐다.
홈페이지는 또 그가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고 사법 시스템을 공정하게 하기 위해 20년 이상 싸워왔으며, 평범한 뉴욕 시민들의 일상에 해를 끼친 데 대해 힘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래그 지검장은 유죄 평결 이후 “이번 사건의 평결은 다른 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려졌다”며 “나는 두려움이나 치우침 없이 사실에 입각해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인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부정 선거 계획을 감추고자 한 34건의 허위 장부 기재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며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에 대해 “그들이 한 일은 문자그대로 미국 사법 시스템의 초석(cornerstone)”이라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죄 평결을 받은 만큼 향후 선거와 관련해 전례 없는 정치적, 법적 논란이 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판이 대선 전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