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맹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9일(현지시간) 총선을 실시했다.
전국 2만3천292개 투표소에서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시작된 총선은 14시간 뒤인 오후 9시를 지나면서 대체로 큰 사건·사고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문을 닫는 오후 9시가 넘었더라도 그전에 도착한 유권자가 남아 있는 투표소는 투표를 마칠 때까지 연장 운영토록 했다.
시 마마볼로 선관위원장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투표율이 지난 2019년 총선(66%)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줄을 서 있는 모든 유권자에게 기회를 주려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투표 종료 후 바로 개표 작업에 돌입한 선관위는 수시로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발표한다고 예고했으나 통상 사흘 안에 발표된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이르면 다음 달 1일께 발표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위의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7번째인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성적표다.
현지에선 집권 여당인 ANC가 이번에도 다수당의 자리는 지키겠지만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켰다. 직전 2019년 총선에서는 57.5%를 득표해 의회의 전체 400석 가운데 230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으로 지지를 잃으며 올해 들어서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줄곧 40%대에 그쳤다.
가장 최근인 28일 발표된 사회연구재단(SRF)의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총선 66%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한 ANC의 지지율은 42.2%로 추정됐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1.6%를 기록했고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12.4%), 원내 제2야당인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10.8%)가 뒤를 이었다.
ANC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요하네스버그 인근 타운십(흑인 집단거주지)인 소웨토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국민들이 ANC에 신뢰를 보내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면서 “과반 득표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부 항구도시 더반에서 투표한 존 스틴헤이즌 DA 대표는 “이번 총선은 1994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200석은 전국명부, 나머지 200석은 지역 명부에서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이렇게 구성된 의회는 총선 결과 발표 14일 이내에 첫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뽑는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을 겸한다는 점에서 더욱 안팎의 주목을 받는다.
여론조사대로 ANC가 과반 의석에 실패하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해 의회에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해야 연임할 수 있다.
70개 정당이 난립한 가운데 지방의회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이번 총선에는 약 6천200만 남아공 인구 가운데 18세 이상 유권자 2천767만여명이 등록을 마쳤다.
재외국민 투표는 지난 18∼19일 치러졌고 이날 투표할 여건이 안 되는 노약자와 필수 근로자, 경찰, 수감자 등도 27∼28일 사전 투표로 미리 한 표를 행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