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1,500만명 이상이 의료 부채로 신음하고 있으며 재정적 문제를 겪고 있는 병원들의 공격적 추심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캔자스주 프랫 카운티의 한 병원은 지난해 여름 진료비를 내지 않은 환자들을 상대로 수십건의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8월 프랫 카운티에서 발부된 법원 소환장 5건 중 4건은 프랫 지역 의료 센터 관련 건이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는 프랫 카운티 법정에서 로널드 실베스터 치안 판사가 심리한 민사 사건의 95%가 프랫 지역 의료센터 관련 내용이었다.
이 병원은 그해 12월까지 인구 9,000명의 카운티에서 400여명을 고소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 병원이 제기한 총 소송 건수보다도 많은 수치였다.
WSJ은 이번 사안이 최근 일부 병원들이 의료 빚을 지고 있는 1,500만명의 미국인으로부터 얼마나 공격적으로 돈을 받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신용 보고서 통계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미지불 의료비는 490억달러에 달했다.
의료비용이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료 부채가 2,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영리재단 퓨자선기금이 9개 주의 법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료비와 신용카드, 학자금 등 채무 관련 사건이 2013년에는 전체 민사사건의 29%였지만 2021년에는 42%까지 늘었다.
2021년 기준 16개 중 13개 주에서 채권 추심이 가장 흔한 민사 사건이었다.
전국적으로 추심 소송이 증가하면서 일부 변호사와 판사들은 이런 사건들이 법 집행 자원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주에서는 의료 부채와 관련한 소송에서 환자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을 3%로 제한하거나 병원이 주택에 대한 유치권을 설정하는 것을 막기도 했다.
WSJ은 특히 의료 부채 추심 문제는 프랫 카운티처럼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이거나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고, 병원도 재정적 문제를 겪고 있는 시골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지난해 실베스터의 법정에 불려 갔던 사람 중 하나인 신시아 멜혼은 당시에는 정말 낼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19년 일을 그만두고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기면증을 앓고 있었으며 허리를 다쳤고 나중에는 신장암에도 걸렸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멜혼은 현재 이자만 2,300달러 이상을 내야 하는 처지로 매달 20달러씩 갚아가고 있다.
프랫 카운티에서는 지난해 150명 이상이 임금 압류 명령을 받았고, 이들은 대부분 판결 후 법정 이율 12%를 감당해야 했다.
WSJ은 비영리 병원은 세금 감면의 대가로 지역 사회에 자선 진료를 해야 하고, 환자들은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이런 방안을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관련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프랫 지역 의료 센터의 재정지원정책에 따르면 연방 빈곤선(FPL) 200% 이하에는 무료 진료를 제공하며, 이런 내용은 병원 접수 데스크와 청구서에 언급돼있다.
해당 병원은 2022 회계연도에 총지출의 0.2%만 재정 지원에 사용했는데, 이는 진료비 징수 및 청구에 지출한 비용보다도 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