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가운데 경제 지표는 탄탄한 것으로 나오면서, 연초 예상과 달리 오는 여름에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CNBC방송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주 선물시장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낮추면서 올해 한차례 금리 인하만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5.25∼5.50%로 동결될 가능성을 과반(50.2%)으로 보고 있다. 이 수치는 17일만 해도 35.2%였다.
12월의 경우 현재보다 금리가 1회(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41.9%로 가장 많고, 동결 전망도 18.03%에 이른다. 많아야 1차례 금리가 내릴 것으로 보는 견해가 60%가량으로 17일 42.7%보다 올라갔다.
연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0.25%포인트씩 6∼7회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공격적으로 예상했는데,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선호)적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견조한 경제지표들이 발표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바 있다.
지난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2주 연속 감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5월 서비스업·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앞서 미국의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3월(3.5%)보다 0.1%포인트 내려왔다. 해당 수치는 여전히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 2%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1∼3월 C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에 안도감을 줄 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연준이 원하는 만큼 미국 경제가 식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연준이 지표에 의존한다면 (연준을 주시하는) 시장은 아마 더 지표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FOMC 의사록 등을 보면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가 논외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동시에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영역에 있는 만큼 금리 인상도 불필요할 것이라는 강한 합의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BofA는 12월이 되어야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견해이며,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진정을 비롯해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첫 금리인하 시기 전망을 7월에서 9월로 늦춘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31일 나올 4월 PCE지수 상승률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0.3%를 기록하고, 근원 PCE(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을 것이라는 시장 견해가 나온다.
CNBC는 시장에서 PCE지수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0.3%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소폭 진전이 있더라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평가했다.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전년 동월 대비) PCE 상승률은 소폭 떨어진 2.75% 수준일 것”이라면서 “연준 목표(2%)로 향하고 있다는 진전 신호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 등은 “PCE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하락(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완전히 정체된 것은 아니라는 고무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올해 아주 점진적으로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