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면 채권시장에는 더 좋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공동창업자인 그로스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시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런 뜻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한국시간 기준) 보도했다.
그로스는 FT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수 조 달러의 적자 지출에 책임이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프로그램들은 지속적인 감세와 더 지출이 많은 것들을 옹호하기 때문에 더 비관적(bearish)”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당선은 더욱 파괴적(disruptive)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채권 전략을 그만두게 됐다며 연간 2조 달러(2천700조 원)의 공급 증가는 시장에 어느 정도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8.8%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4.1%의 배 이상이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전국 여론조사는 물론 선거의 승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주요 경합주 대상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을 앞서고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하다 지난 3월 초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도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위한 기금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공화당의 주요 자금줄인 슈워츠먼 회장은 “대부분의 미국인처럼 우리 경제와 이민, 외교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슈워츠먼은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를 요구하면서 공화당 경선 중에는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측에 기부하면서 지지 뜻을 밝혔다. 그러나 크리스티의 하차 뒤 최근 수개월간 트럼프 지지 여부에 대해 입을 다물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그로스의 발언은 트럼프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핵심 주장 중 하나, 즉 바이든보다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을 더 잘 관리할 것이라는 점을 훼손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 공약 중 하나는 2017년의 세금 감면을 영구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초당파 비영리 기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향후 10년 동안 4조 달러(5천400조 원)의 세수가 줄 것으로 추정한다.
이밖에 그로스는 이번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S&P 500 지수의 지난해 24%의 수익률이 무한정 반복하기를 희망하기보다는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며 미국 증시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으로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