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들이 의회의 규제 강화를 막으려고 지난 4년간 최소 1억4천900만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비 금액 중 6천만달러는 암호화폐 관련 연방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됐으며 특히 미국 하원이 지난 22일 ’21세기 금융 혁신과 기술 법안’을 통과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법안은 암호화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 일부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이관하는데, CFTC는 SEC보다 힘이 약하고 암호화폐 업계에 우호적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코인베이스와 리플, 블록체인협회 등 암호화폐 업계가 하원 공화당과 손잡고 법안 통과를 로비해왔다.
암호화폐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직원들은 의회 로비 외에도 최근 두 차례의 선거에서 업계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9천만달러에 육박하는 선거자금을 기부했다.
이 돈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패트릭 맥헨리(공화·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 ’21세기 금융 혁신과 기술 법안’을 발의하거나 찬성한 의원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법안은 아직 상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지만, 상원은 올해 법안을 상정할지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은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았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에서 법안이 규제 공백을 초래하고 투자자와 자본시장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WP는 2022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이후 2년 만에 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 업계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커졌다고 평가했다.
FTX 파산 이후 암호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워싱턴DC에 등록된 암호화폐 업계 로비스트는 2020년 58명에서 작년 말 270명으로 급증했다.
암호화폐 기업과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블록체인협회의 크리스틴 스미스 최고경영자는 “워싱턴과 접촉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하나 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FTX 파산 이후 암호화폐 산업은 분명히 페널티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