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경찰은 어디서 뭐 하는 건가요?”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김모(52)씨의 물음이다. 한인 등 LA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범죄 불안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김씨는 곳곳이 마치 ‘무법천지’처럼 변해가는 LA의 치안 상황으로 인한 피해자가 됐다. 벌건 대낮에 차량을 운전하고 가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흑인 청소년들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해 얼굴에 심한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건은 일요일이던 지난 19일 오후 6시께 발생했다. 김씨는 여행을 떠나는 친구를 LA 공항에 차로 데려다주고 다운타운의 집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다. 당시 다운타운 인근 110번 프리웨이의 트래픽을 피해 로칼 길로 내려선 김씨는 마틴 루터 킹 블러버드를 지나다 아차 싶었다. 청소년 폭주족들로 보이는 십수명이 길 전체를 막아선 채 불법 레이싱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감을 느낀 김씨가 다른 길로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돌리려는 순간 이를 본 흑인 갱들로 보이는 무리가 갑자기 김씨의 차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김씨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졸지에 폭행을 당한 김씨는 가까스로 차를 몰고 빠져나와 곧장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얼굴 한쪽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한 김씨는 별수 없이 스스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가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벌건 대낮에 대로변 한복판에서 불법 레이싱이 벌어지고 있는 걸 방치하고 폭행 범죄 피해를 당해 신고를 했는데도 출동도 하지 않는 경찰이라면 무슨 소용인가”하고 반문했다.

이처럼 한인들이 많은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 및 주요 지역에서 치안 부재 상황으로 인해 범죄 피해를 보는 한인들의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과 주민들은 “이제는 낮에도 길거리를 걷거나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강력한 치안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월에는 LA한인타운에서 한인 대상으로 흉기가 사용된 ‘로드레이지’(road rage)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로드레이지는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의 난폭 또는 보복 행동을 의미한다. LAPD 기록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오후 6시께 올림픽 블러버드와 버몬트 애비뉴 교차점 부근에서 차에 타고 있던 한인 45세 남성과 44세 여성에게 또 다른 차량 운전자가 가위를 휘둘렀다. 또 지난 3월 1일 오전 9시께에는 3가 인근 거리에서 61세 한인 남성이 괴한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외에도 단순폭행, 강도, 일반절도, 차량물품절도, 빈집털이, 반달리즘 등 다양한 범죄로 인한 한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LA경찰국(LAPD)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인 범죄 피해자는 35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작년 1분기의 336명, 재작년 1분기의 339명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이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분기의 270명과 비교하면 약 30% 많아진 수치였다. 또 2020년 1분기의 206명, 2019년 1분기의 194명 등과 비교하면 70%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미주 한국일보 –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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