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환율 불안에 금리 11연속 동결…성장률은 2.1→2.5%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한국시간 기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3 [사진공동취재단]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한국시간 기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3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3일(한국시간 기준)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이날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려잡았기 때문에,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조차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금리를 내려 역대 최대 수준(2.0%p)인 미국(5.25∼5.50%)과의 금리 격차를 벌릴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는 만큼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전망한 물가 경로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물가는 성장세 개선 등으로 상방 압력이 증대되겠지만 완만한 소비 회복세 등으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도 이날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월 전망 당시와 같은 2.6%, 2.2%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경기와 관련해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는 2분기 중 조정됐다가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p) 상향조정됐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0%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데는 물가와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준의 태도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4%)이 3월(3.5%)보다 0.1%포인트(p)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났지만, 연준 고위 인사 다수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돼야 연말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연준이 일러야 9월께,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두 나라 모두 연내 한 차례, 0.25%p씩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일러야 9월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인하 횟수도 연내 한 차례(0.25%p) 또는 두 차례(0.50%p)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의 인하 이후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인하 횟수는 연내 한 차례(0.25%p)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뉴섬 주지사 ‘규제 완화’ 카드로 떠나는 정유사 붙잡기 안간힘

리버럴한 친환경 정책 속 잇따른 정유소 철수에 주지사 직접 나서...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수년간 추진해온 강력한 친환경 규제 정책이 정유업계의 대규모 ...

미셸 오바마, 트럼프 취임식 불참에 “나를 위한 옳은 일”

자신의 팟캐스트서 배경 설명…앞서 이혼설도 일축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한 것에 대해 ...

K팝 아이돌, 해외공연 중 커밍아웃…”성소수자 일원 자랑스럽다”

저스트비 멤버 배인, 미국 공연서 공개 그룹 저스트비의 배인이 해외 공연 도중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혔다. 24일 가요계에 따르면 배인은 지난 ...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 적용 이유…이명박·박근혜 판례가 근거

전주지검, 문 전 대통령 기소…"이상직에게 2억1천만원 뇌물수수" 법원 "직무 관련 있으면 뇌물 성립…공천 대통령 직무행위와 밀접" 문재인(72) 전 대통령을 재판에 ...

칼 빼든 뒤 멈칫한 트럼프..美中무역갈등 봉합 수순 밟나…

트럼프 "2~3주 내 대중관세 수준 결정"…연일 중국에 유화 메시지 베선트 "미중 관세 지속 불가"…"WSJ "절반 이하로 인하 검토" 전면전 직전까지 ...

“요새 누가 촌스럽게 힐 신나요”…하이힐 외면에 구두 기업 실적 뚝

정장이나 치마에도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착용하는 패션이 보편화되면서 형지에스콰이아, 탠디 등 구두를 주력 제품으로 삼는 기업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

“인맥 없으면 취직 어려워”…대졸자에게 올해도 살벌한 취업 시장

험난한 취업 시장, 명문대 졸업장만으로 취업 어려워"레쥬메 300개 이상 지원은 기본"... 비자 문제까지 얽힌 유학생들의 이중고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둔 ...

시민권·영주권 부부 국경 입국하다 체포 논란

▶ 설명 없이 5시간 구금 ▶ 시민권자 “미국 떠나라”▶ 이민국 ‘황당’ 통보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 및 추방 ...

한인 일가족 보트 전복… 3명 사망·실종

▶ 워싱턴주 60대 3남매▶ 은퇴기념 여행 나섰다 ▶ 보트 해안가서 발견돼▶ 해안경비대 수색 중단 은퇴를 기념해 바닷가로 보트 여행에 나섰던 ...

타운 한복판서 무장납치극 ‘공포’

▶ 심야에 웨스턴·7가서 ▶ 용의자 추격전 끝 도주 LA 한인타운에서 무장한 남성에 의한 납치 사건이 발생해 경찰과 추격전이 벌어졌으나, 용의자가 ...

마스터스 제패 매킬로이 “트럼프와 오바마가 축하 전화”

마스터스 골프 대회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로리 매킬로이(미국)가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등 전·현직 미국 대통령한테 축하 전화를 ...

로제 ‘아파트’, 빌보드 싱글 26주 진입…K팝 女가수 신기록

블랙핑크 동료 제니도 ‘코첼라’ 후 순위 반등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APT.)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

‘3골’ 김은성, FIFA 선정 ‘U-17 아시안컵 빛낸 6인’ 포함

'북한 캡틴' 김유진도 함께 선정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김은성(대동세무고)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뽑은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을 빛낸 6인'에 포함됐다 ...

방송가 갑질 폭로 속..백종원 방지법, 국민 청원까지 등장

산하 현지 레이블 YX 소속…오디션 프로그램 거쳐 요리연구가 겸 기업인 백종원이 여러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백종원 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 ...

‘장원영 소송’ 탈덕수용소 1억 손배소 선고 돌연 ‘연기’

인기 걸그룹 아이브(IVE, 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 멤버 장원영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가짜뉴스 유포 채널로 지목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

지드래곤, ♥사나만 태그한 럽스타? 일본어 “에?”까지..열애설에 ‘빛삭’

그룹 빅뱅 지드래곤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내한 콘서트를 관람하며 그룹 트와이스 멤버 사나를 언급했다. 지드래곤은 지난 22일(한국시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

올림픽 경찰서 “주거 침입 피해 시 치우지 말고 현장 그대로 보존하세요”

“경찰 신고는 이민 신분과 무관” LAPD, 주민들 안전에 초점카페·차량에서 방심 노린 절도, 예방은 기본 수칙부터 23일, 올림픽 경찰서에서 열린 타운홀 ...

임시체류승인 이민자에 “떠나라”…엉뚱한 대상에 통보남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임시 체류를 승인받은 이민자 90만여명을 대상으로 추방 방침을 통보 중인 가운데, ...

트럼프 “2∼3주 안에 대중 관세율 정할 것”…하향 조정 시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145%까지 끌어올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하향 조정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

KYCC, 골프 대회 통해 17만 달러 모금

US 뱅크 후원 'FORE Children and Families Golf Classic' 개최창립 50주년 맞아 지역사회 지원 프로그램 확대 계획 한인타운 청소년 회관(KYCC)이 ...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딕 더빈, 30년 상원 경력 마감 선언

일리노이 상원 선거 향한 치열한 경쟁 예고, 민주당 세대교체 가속화 미국 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이자 상원 원내총무인 딕 더빈(80, 일리노이) 의원이 ...

트럼프 “中과 공정한 합의할것”…백악관 “관세 일방인하는 없다”

재무장관 "협상 시작 전에 美中 관세율 내릴 필요 있어…지속 가능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에 ...

모든 불체자는 메디칼 제공하고 합법거주자는 제외..95억 달러 예산 적자 위기 초래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제외하고 불체자만 우대하는 불법정책 자행 불법정책을 당당히 강행하는 이들은 정신이 있는 정치인들인가?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든 불법체류자에게 종합적인 ...

LA에서 노인층 노리는 귀금속 절도 행각 기승

용의자들은 동유럽계 백인..어바인 등지에 조직 본부 친근하게 가짜 목걸이 걸어주면서 진짜 보석 훔쳐 엘에이에서 노인층을  주의산만하게 만들어 귀금속을 빼앗아가는  절도행각이 ...

가주 변호사 시험 문제 “AI가 출제” 논란

변호사 아닌 사람이 AI 도움 받아 가주 변호사 시험 문제 출제 가주 변호사 협회 "AI 출제한 시험 치른 응시자 점수 ...

4월  23일 라디오서울 모닝뉴스 헤드라인

• 전국 220여명의 대학총장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는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연방 지법이 비자가 취소된 유학생들의 체류 신분을 임시 복원하도록 명령했습니다 ...

홈디포 주차장에서 일일 노동자 수십명 ICE 에 구금돼

포모나 지역 홈디포 단속으로 일일 노동자와 이민자 커뮤니티에 충격파 "일일 노동자들 무작위 단속 들어가나" 논란 22일 포모나 지역 홈디포 매장 ...

한인 고급 매춘조직 운영 공범 ‘실형’

매사추세츠와 버지니아 일대에서 고급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한국 국적의 이준명(32)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8일 이 씨에게 징역 ...

[속보]”트럼프, 對中 관세 품목에 따라 절반 이상 삭감 방안 검토”

WSJ, 소식통 인용 보도…백악관 고위인사 "50∼65%로 내려갈 가능성" 트럼프도 對中 관세 인하 시사…"美 안보위협 따라 차등세율 부과 고려" 도널드 트럼프 ...

[속보]LA 아담스 지역 대형 화재, 소방당국 진화 총력

23일 새벽, 로스앤젤레스(LA) 아담스 지역(125 W Adams Blvd)에서 대형 건물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총력 진화에 나섰습니다. 화재 발생 및 대응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