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장례예배 직접 집전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라이시, 팔레스타인 국가 지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장례식이 22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이틀째 엄수됐다.

국영 IRNA 통신 등 현지 매체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당국이 임시 공휴일로 선포한 이날 오전 테헤란대학교에서 열린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의 죽음을 기리는 장례 예배가 치러졌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직접 장례 예배를 집전했다.

그는 이란 국기와 초상화로 장식된 관들을 앞에 놓고 추모 기도를 했다.

국영 프레스TV는 테헤란대학교를 중심으로 시내 도로와 광장에 수백만명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군 폭격에 숨진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추모 행사 때에 비하면 인파가 눈에 띄게 적었으며 이는 라이시 대통령이 역대 최저 투표율로 당선된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AP는 짚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추모 기도를 통해 “알라여, 우리는 그에게서 좋은 것밖에는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관을 향해 손을 뻗었고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은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예배 도중 흐느끼는 모습도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AP는 하메네이를 제외한 이란 전직 대통령 누구도 예배 장소에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시신은 테헤란 남부 아자디 광장으로 운구됐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 구호는 이란에서 열리는 정치 집회의 ‘공식 구호’로 통한다.

시아파 관습에 따라 통곡하며 가슴을 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가 스카프를 던지면 운구 인력이 이를 집어들고는 축원의 의미로 관을 쓰다듬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이날 테헤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니예는 이날 장례식 행사에 앞서 군중을 이끌며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이어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자지구 저항세력의 이름으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라이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는 확고한 입장이었다”고 연설했다.

하마스, 그리고 예멘의 반군 후티와 함께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의 축’을 이루는 레바논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도 참석했다.

이날 오후에는 테헤란에서 금요 대예배가 열리는 대형 종교 시설인 모살라에서 장례 행사가 이어졌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 세브데트 일마즈 튀르키예 부통령 등 약 50개국 대표단이 자리했다.

라이시 대통령 시신은 장례 일정 마지막날인 23일 남호라산주(州) 비르잔드로 운구됐다가 정오에 맞춰 시아파 최대 성지이자 라이시 대통령의 고향인 마슈하드로 옮겨져 이맘 알리 레자 영묘에 매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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