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정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의정(醫政) 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대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전제 조건부터 엇갈려 당장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공의들은 내년도 전문의 시험을 치를 자격을 잃을 위기인데도 극소수만 병원으로 돌아오고 있다. 심지어는 “이대로 사직시켜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이하 한국시간)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양측은 서로를 겨냥해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의 ‘재판관 회유’ 발언을 지적했다.

앞서 임 회장은 서울고등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를 결정한 판사를 향해 “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회유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박 차관은 “의료법상 단체인 의협의 대표께서 아무 말이나 해서는 안 된다”며 “의협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이 발언이 적절했는지, 법 테두리 안의 공익적 활동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차관의 처벌을 요구했다.

의협은 “의료농단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박 차관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임 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의협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늦어질수록 각종 손해배상 책임을 비롯해 짊어져야 할 몫이 커질 수 있다고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관계자와 박 차관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 양측은 대화의 ‘전제조건’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의대 증원 절차가 일단락됐으니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나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는 대화에 앞서 ‘의대 증원 백지화’가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정의 ‘강대강’ 대치가 넉 달째로 넘어가는 가운데 전공의들은 복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추가 수련 기간이 석 달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늦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이탈한 2월 20일 기준으로 본다면 이달 20일까지는 돌아왔어야 차질 없이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복귀 사례는 극소수에 그쳤다.

복지부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확인한 결과, 이달 20일 현재 전공의 출근자는 사흘 전보다 31명 증가한 659명이었다.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의 5.1% 수준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는 ‘진짜 데드라인’이라면서 계속 복귀 시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진짜’가 자꾸 번복되고 있다”며 “데드라인이 지났음을 인정하고, 전공의 사직서를 처리하면 될 것을 계속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계속해서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공의 복귀와 대화 참여를 촉구한다.

의협도 이날 의대 교수 단체, 대한의학회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긴급회의를 연다. 최근 법원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향후 대정부 투쟁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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