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는 건 어렵네요. 저는 좋은 댄서는 아니에요. 보는 건 쉽지만 따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21일 서울을 찾은 미국인 제브 라테트(76)씨는 K팝 댄스를 배워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Zev Does KDrama)을 운영하는 라테트 씨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찐팬’인데, 아이유 팬들의 도움으로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도 가입해 ‘미국 유애나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국적도 언어도 모두 다르지만 라테트 씨처럼 한국에 대한 애정을 지닌 24개국 49명이 한국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4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전 세계 한국 ‘찐팬'(진짜 팬)들을 한국으로 초대했다.
3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을 찾은 이들은 오는 24일까지 서울과 부산, 전주 등지를 관광한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K팝 댄스를 배우기 위해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스튜디오를 찾았다.
수업에 앞서 연습실에 원밀리언의 대표 댄서 리아킴과 최영준 씨가 등장하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댄스 수업은 그룹 세븐틴의 안무가로 유명한 최영준 씨가 맡았다. 최영준 씨는 자신이 만든 그룹 투어스(TWS)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안무를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노래 제목을 듣자 곳곳에서는 기대된다는 듯 환호했다.
최영준 씨의 지도에 따라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참가자들은 노래가 나오자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어색함도 잠시, 이들은 이내 노래와 춤에 푹 빠져들었다.
이 노래를 이날 처음 들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미카테코(30)씨는 “노래가 기억하기 쉽고 발을 움직이게 한다”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선보였다.
한국인 어머니를 뒀다는 영국의 베키(31)씨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이 노래를 들었지만 춤을 춰본 적은 없었다”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1시간가량 춤을 추며 땀을 흘린 참가자들은 이어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치킨집에서 ‘치맥’을 즐겼다. 이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과 함께 막걸리를 들고 ‘건배’, ‘위하여’ 등을 외치며 잔을 부딪치기도 했다.
이날 한국식 치킨을 처음 먹어본다는 독일의 엘리프(25)씨는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었는데 드디어 치킨을 먹게 돼 너무 좋다”며 “한복을 입고 궁을 둘러보는 내일 일정도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인기 요리책 작가이자 푸드 인플루언서인 판 옥 아잉(44)씨는 테이블에 나온 음식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한국의 치킨은 베트남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이렇게 소스를 곁들여서 제대로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행복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앞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서울 곳곳을 둘러본 후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과 관련된 자신의 사연을 소개하며 서로를 환영했다.
항일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 증조부를 둔 쿠바 출신 넬슨(38)씨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했다”며 “한국의 매력을 쿠바에 소개하고 싶다. 그게 내가 한국에 온 이유”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 땅을 밟는 데 35시간이 걸렸다는 넬슨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쿠바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두 딸도 한국에 대해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취재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건 라테트 씨였다.
라테트 씨는 “꿈이 이뤄지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안에서 느껴지는 영감들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면서도 “더 깊은 감상을 느끼기엔 아직 시간이 좀 짧았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내년에 아내와 함께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가능한 많은 것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포장마차에서 매운 음식을 먹고 소주로 씻어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