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에 영상 줬다’며 가자지구 비추는 카메라·장비 압수
이스라엘 관리들이 남부 지역에 설치된 미국 언론사 AP 통신의 생방송 시설을 폐쇄하고 카메라 등 장비를 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통신부가 가자지구와 가까운 남부 스데로트에서 자사 취재진이 사용하는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영상을 제공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게 통신부가 밝힌 방송 장비 압수의 이유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통신은 압수 직전 이스라엘군의 검열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가자지구의 일반적인 모습을 방영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의 로렌 이스턴 부사장은 “가자지구를 비추는 오래된 생중계 시설을 폐쇄하고 장비를 압수한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콘텐츠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그저 새로 제정된 외국 방송 규제법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중계 시설 폐쇄와 장비 압수를 즉각 철회해 가자지구 관련 생중계 영상이 전 세계 언론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통신부는 “정부의 결정과 통신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방송을 제한하기 위해 필요시 강제 조치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달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불리한 보도를 해온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를 겨냥해 제정됐다.
이스라엘은 이 법을 근거로 이달 초 자국 내 알자지라 사무소를 폐쇄하고 취재 보도 활동을 금지하는가 하면, 케이블·위성 채널을 통한 알자지라 방송 송출도 차단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백악관의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날 뉴햄프셔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AP통신의 생방송 시설을 폐쇄했다는 보도와 관련, “우리는 보도를 봤으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이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언론인이 자신들의 일을 할 권리가 있다는 우리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