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전략이 2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의 동시 체포영장 청구로 더 꼬이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반발로 아랍계 미국인은 물론 일부 진보 지지층이 이탈한 상황에서 가자지구 전쟁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손을 공개적으로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ICC 검사장이 하마스 지도자와 함께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해서도 전쟁범죄를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성명을 내고 “터무니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피난해 있는 가자지구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 방침을 놓고 네타냐후 총리와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이 반발하는 라파 공격을 고수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편을 든 것은 ICC 검사장이 이스라엘 지도부를 전쟁 범죄로 체포하려는 것을 묵과할 경우 유대계 미국인은 물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일부 중도 보수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ICC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전쟁 범죄화할 경우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의 국내외적인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이 ICC 검사장을 강력히 비판한 이유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과도한 공격 자체는 반대하지만,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는 자위권적 조치로 보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일선상에 놓은 ICC 검사장의 이번 발표가 미국의 휴전 협상 중재 노력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ICC 검사장의 이번 조치가 휴전 협정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큰 장애물인 하마스 지도부를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입장차 등으로 휴전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계속될수록 국내 지지층의 여론 악화와 맞물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ICC 검사장의 이번 발표로 이른바 전쟁범죄 의혹 등에 대한 네타냐후 정부의 첫 협조가 불발된 것도 바이든 정부로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나름대로 해결 노력을 보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ICC 검사장이 돌연 입장을 변경해서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ICC 회원국이 아님에도 이스라엘은 검사와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실제 검사장 자신이 이르면 내주 수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미국은 ICC 미가입국으로 전통적으로는 ICC와 거리를 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 범죄 문제를 놓고 ICC와 물밑 협력을 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 바이든 정부가 ICC 검사장의 이스라엘 및 하마스 지도부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비판한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ICC는 지난 수년간 전쟁 및 반인도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중요한 일을 했으며 우리는 이를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검사장이 오늘 취한 조치에 대해 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사장의 발표를 이유로 ICC에 대응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조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향후 미국의 조치가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 발표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