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밀을 폭로하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2)가 미국행을 일단 피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20일 어산지가 영국 정부의 미국 인도 명령에 항고를 청구한 데 대해 어산지의 손을 들어줬다고 로이터·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심리는 2019년 미국에서 방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산지가 2022년 영국 정부의 미국 인도 명령에 대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3월 재판부는 호주 국적인 어산지가 미국 시민과 동일하게 미국 헌법상 언론의 자유 권리를 보호받는지, 어산지가 미국에서 최고형인 사형을 피할 수 있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라고 미국 측에 요구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런 부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산지에게 미국 인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미국이 자료를 제출했으나 법원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충분히 소명하지는 못했다면서 어산지가 미국 인도 명령에 맞서 소송해도 된다고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어산지의 미국 인도에 반대하는 수백명이 이날 법원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법원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어산지와 옥중 결혼한 아내 스텔라는 이날 미국에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라. 부끄러운 사건이다”라며 기소 취하를 촉구했다.

어산지 변호인단은 영국 법원에서 미국 인도가 결정되면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이를 막아달라는 긴급명령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산지는 미군 첼시 매닝 일병이 2010년 빼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폭로했다.

그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영국 경찰에 체포돼 수감됐다.

미국 정부는 그해 방첩법 위반 18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하고 영국에 인도를 요청했으며 어산지는 이후로 5년간 지속해서 법정 소송을 통해 이에 맞서 왔다.

어산지 측은 미국의 기소는 정치적 박해이며 어산지가 미국에서 재판받으면 최고 175년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본국인 호주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호주 정부의 어산지 귀환 요청에 관한 질문에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미국이 기소를 취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미 법무부는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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