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몰표’ 던졌던 흑인층 지지율 급락
경합주 유권자 과반 ‘바이든 절대 안 뽑아’
4년 만 뒤바뀌자… 바이든, 흑인 구애 나서
‘격전지’ 조지아주 흑인대학 졸업식 출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4년 전 몰표를 던졌던 ‘집토끼’ 흑인 표심이 심상찮다. 고물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흑인 표심 이탈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격전지 유권자 과반이 ‘바이든을 절대 뽑지 않겠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날아들었다. 화들짝 놀란 바이든 대통령이 달려간 곳은 조지아주(州)다. 흑인 인구가 3분의 1에 달하는 대표적 경합주다.

다급한 바이든, 흑인 표심 잡기 안간힘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 연설한다. 이곳은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졸업한 전통적인 명문 흑인대학이다. 바이든 선거캠프 측은 “이번 방문을 흑인 청년들에게 직접 연설하는 더없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이번 대선 승패의 열쇠를 쥔 경합주의 흑인 유권자 구애에 본격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애틀랜타 선거운동 리셉션에서 “농담이 아니라 내가 대통령이 된 건 조지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조지아는 2020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1만1,779표)로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공화당 텃밭이었던 이 지역에 유색 인종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덕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바이든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흑인 유권자들이 전폭적 지지를 거두어 들이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모닝컨설트에 의뢰한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의 63%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선 전체 흑인 유권자의 92%(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 줬다. 고물가와 생활비 상승,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흑인 표심 이탈의 원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짚었다.

핵심 지지층의 이탈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즉각 타격을 입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6개 경합주에서의 최근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은 절대 안 된다’는 ‘네버 바이든’ 유권자가 52%나 됐다. ‘네버 트럼프'(46%)를 앞지른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이 역전됐다고 WP는 짚었다.

킹 목사의 딸이자 비폭력 사회변화 센터를 이끄는 버니스 킹 목사는 지난 15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 불만을 품고 있는 젊은 흑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박 2일간 애틀랜타 일정을 마친 후 19일 디트로이트로 넘어가 흑인 소유 기업체를 방문하고, 전미 유색인종 발전협회 만찬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18일 텍사스주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례회의 연설에서 “바이든이 임기를 4년 더 연장하면 당신들의 총을 노릴 것”이라며 “총기 소유자들이 투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RA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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