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이로 드루와 개저씨들아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4.4.25

▶ 김해원 변호사의 피와 살이 되는 노동법 이야기

지난 4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135분짜리 기자회견이 아직까지 화제가 되고있다.

특히 거기에서 민 대표는 자기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 하이브 측을 향해 “들어올거면
맞다이로 드루와 (들어와). 비겁하게 뒤에서 지랄 떨지말고 이 개저씨들아”라고 공격했다.

개저씨는 중년 남성 아저씨들을 비꼬는 속어다. 그리고 ‘맞다이’는 젊은층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맞짱’을 뜻한다. 이는 우리말 ‘맞(맞이)’과 일본말 ‘다이(対·對의 신자체)’가 합쳐 축약된 직접
대면을 뜻한다.

즉, 싸울 거면 정정당당하게 앞에서 달려들지 뒤에서 기습하지 말라는 말이다.

마치 한국 조폭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대사는 영화 ‘신세계’에서 명장면인 엘리베이터 안 에서
습격 당한 황정민이 반대편 깡패들에게 한 대사 “드루와 드루와”를 연상하게 만든다.

여성이 회사생활 하는 것이 이렇게 더럽고 어렵다고 털어놓은 민 대표의 불평처럼 한국의 기업
문화는 철저하게 남성 위주다. 여성이 임원이나 이사로 임명된지 몇년 안 됐고 대기업마다 여성
이사니 여성 임원이 무슨 큰 뉴스라고 보도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72년생으로 79년생인 민 대표보다 겨우 7살 위다. 51세와
44세라면 큰 차이도 아니지만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해서 지금까지 주변에 MBA니 회계사니 벤처
캐피탈리스트 등과 같이 하이브를 키운 방 의장에 비해 맨손으로 지금 위치에 오른 민 대표는 7년 나이 차이로는 묘사할 수 없는 큰 간격이 있다.

민 대표의 말 대로 자기는 술도 안 마시고 골프도 안 칠 정도로 사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방 의장이 술자리나 골프장에서 경영을 하는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민 대표의 발언은 지금까지 개저씨들의 경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인 사회도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LA의 한 대형 회사에서 오너의 오른팔
왼팔이었던 여직원들이 몇년전에 독립해서 각자 자기들의 식당 체인들을 오픈했다.

그런데 이 여직원들은 기존의 남자 직원들과 마찰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한인 회사들에서 남자 직원들은 남자 오너와 형 동생 하면서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같이 갈 정도로 가깝다.

그러나 여직원들은 남자 오너와 그렇게 친해질 수 없고 인제는 미투 때문에 오너들도 그런 자리들을 불편하게 여길 것이다. 이렇게 공과 사가 구별 안 되는 사내 문화에서 여직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실적으로 평가되어 야 하는 회사가 오너와의 친밀감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다.

실력 있는 여직원들이 볼 때 꼰데 남자 직원들은 (1)나이가 많으면 야 하고 무조건 반말하고 (2) 컴퓨터 자판도 제대로 못 치는 겁나게 느린 독수리타법 (3) 컴맹 등 능력 제로 (4) 남이 하는 일은 다 쉽다고 평가절하 (5) 무조건 윽박지르기 (6)뒷담화 등으로 대표 된다.

더구나 남자 직원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주도권을 잡았던 조선시대 88년도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세상은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자기들도 변해야 하는데 일단 기득권 자들이었던 남자 직원들은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다.

더구나 실적이 남자 직원들보다 우월한 요즘의 센 (?) 여직원들에 앞에서 직접 대면하기 두려워서 뒷다마 (뒷담화)를 통해 치사하게 주도권을 잡으려다가 들키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 능력 있는 여직원을 윗사람에게 찍히게 따돌려서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장소이지 사내 정치하는 장소가 아닌데 말이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윗 사람 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회사를 비판하는 소리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회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사실을 내부고발 했더니 보복을 당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좋은 게 좋아서 회사내 비리에 대해 고발도 안 하고 불평도 안 한다. 그리고 형 동생 하는 사이면 더구나 내부 고발이 힘들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목적이나 프레임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이상한 권력의 힘,
이런 걸 실제로 겪으니까 너무 무섭더라. 속된 말로 한 사람을 담그려면 이렇게 담그는구나 싶다.
너무 놀랐다. “며 또 한번 조폭영화의 대표적인 대사인 없앤다는 뜻늬 “담근다”를 인용 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이 비록 비속어로 점철됐다고 해도 회사 내 약자인 여직원, 특히 여자
임원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표현 했다고 본다. 이 기자회견을 미국의 한인
고용주들도 보고 반면교사를 하기 바란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

haewonkimla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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