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정한 ‘방광암 인식의 달’이다. 방광(소변주머니)에 생기는 악성종양인 방광암의 위험성, 예방 및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빨간풍선 캠페인’ 중 하나로 제정됐다.

빨간풍선은 풍선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방광의 특성과 방광암의 주요 증상인 혈뇨의 ‘빨간색’을 강조한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국가암등록통계와 각종 논문을 종합하면, 2023년 기준 국내 방광암 발생률은 모든 암을 통틀어 11번째이고, 남성 암으로는 9번째에 해당한다. 연간 방광암 신규 진단 건수는 1999년 2천195명에서 2023년 5천169명으로 20년 새 135.5%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 전체 방광암 환자 4만4천163명 중 87.1%(3만8천484명)가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에서 유독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방광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김선일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아주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방광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8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후에는 생존율이 11%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면서 “평소 식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소변검사가 중요시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학회가 마련한 ‘방광암 5대 예방수칙’을 알아본다.

◇ 흡연은 방광암 최고 위험 요인…반드시 담배 끊어야

방광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 습관은 흡연이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비뇨종양학저널(Journal of Urologic Oncology)에 실린 논문을 보면, 과거 흡연자와 현재 흡연자의 방광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견줘 각각 1.30배, 1.66배 높았다.

주목되는 건 흡연이 남성보다 여성의 방광암 발병에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 점이다.

연구팀은 지속해서 담배를 피우는 20세 이상 여성이 방광암에 걸릴 위험은 같은 또래의 비흡연 여성보다 2.15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남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1.64배였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독성 물질 중 하나인 ‘방향족 아민화합물'(aromatic amines)이 방광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 연구팀이 국제학술지(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흡연자의 소변 속 아민화합물 농도는 비흡연자에 견줘 최대 3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화학물질 노출 많은 직업군도 위험…’작업장 안전수칙’ 준수해야

직업적으로 페인트, 염료, 철, 석유 등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에 노출이 빈번한 사람은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규명된 방광암 관련 직업성 발암 물질은 벤지딘(benzidine), 2-나프틸아민(2-naphthylamin), 4-아미노바이페닐(4-aminobiphenyl) 등 방향성 아미노·니트로계 화합물이다. 보통 고무 제조나 염료 등을 취급하는 근로자가 이런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

특히 벤지딘에 노출되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약 11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벤지딘에 노출된 사람이 흡연까지 한다면 방광암 위험은 약 31배까지 치솟는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개인보호구(방독마스크, 보호복 등) 착용, 환기설비 가동, 정기적인 특수건강진단 등의 작업장 안전규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 과일·채소 많은 균형 잡힌 식단은 방광암 예방에 도움

여러 연구에서 충분한 과일 섭취는 방광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A와 비타민A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carotene)은 방광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비타민A가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에 의한 방광암 발생을 막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비타민A나 베타카로틴의 섭취가 적은 사람은 방광암 발생 위험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광암 환자가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포화지방이 많은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는 것도 권장된다.

◇ 충분한 수분 섭취가 체내 발암물질 배출 가능성 높여

사실 수분 섭취량과 방광암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하루 2L 이상의 수분 섭취가 방광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만성적인 수분 섭취량 감소가 방광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되도록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물이 체내 발암물질 배출 가능성을 높여 방광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정기적인 소변 검사로 ‘미세 혈뇨’ 여부 확인해야

방광암의 주 증상은 통증이 없으면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60세 이상이면서, 없던 혈뇨가 갑자기 생겼다면 일단 방광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혈뇨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혈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방광암이 주변 조직에 괴사를 일으키거나 결석을 동반하고, 상피내암(조기암)일 경우에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절박뇨, 배뇨 시 통증,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등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방광암으로 소변 길이 막히는 요관 폐색이 발생하면 옆구리 쪽 통증과 다리에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골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김선일 회장은 “방광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 나이인 만큼 맨눈으로 혈뇨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40대 이상 성인이라면 정기적인 소변 검사를 통해 미세 혈뇨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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