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거장의 귀환…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 진출 없어

14일 개막한 제77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명예황금종려상을 받은 메릴 스트립이 심사위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 14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개막작은 캉탱 뒤피외 감독의‘더 세컨트 액트’이며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바비’,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한 감독 겸 배우 그레타 거윅이 맡았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35년 만에 신작‘메갈로폴리스’로 칸의 초청을 받았고 프랑스 거장 자끄 오디야르 감독의‘에밀리아 페레즈’, 폴 슈레이더 감독의‘오, 캐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시라우드’, 지아장커 감독의‘코트 바이 더 타이즈’를 비롯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에마 스톤이 주연한‘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션 베이커 감독의‘아노라’, 알리 압바시 감독의‘어프렌티스’ 등 22편이 올랐다.

특히, 이란계 덴마크 감독인 알리 압바시의 ‘어프렌티스’는 트럼프 젊은 시절 야망을 그린 영화다. 1970~80년대 뉴욕에서 그가 부동산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사 측은 “미국이란 제국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라며 “젊은 도널드 트럼프가 영향력 있는 우익 변호사이자 정치 해결사인 로이 콘과 소설 파우스트 같은 거래를 통해 힘을 얻어가는 과정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 영화가 권력과 부패, 속임수 등의 주제를 다루는 멘토와 제자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가 ”정치 진영 양쪽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역할은 루마니아 출신 할리웃 배우 세바스천 스탠이 맡았다.

한편, 올해 명예 황금종려상은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를 제작한 할리웃 전설 조지 루카스와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수많은 명작의 산실인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받는다. 명예 황금종려상은 세계 영화계에 큰 업적을 남긴 영화인에게 주는 특별상이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는 개인이 아닌 기관으로 처음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다. 미야자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가 1985년 공동 설립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수많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지난해 개봉한 미야자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지브리의 작품이다.

■ 류승완 감독 ‘베테랑 2’ 미드나잇 초청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2’(I, The Executioner)로 19년 만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20일 자정 월드 프리미어를 갖는다. 류 감독이 칸영화제에 초청장을 받는 것은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처음이다. 그는 당시 이 영화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베테랑 2’(I 은 류 감독의 천만 영화 ‘베테랑’(2015)을 잇는 속편으로 더욱 노련해진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와 강력범죄수사대에 닥친 새로운 위기를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황정민,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1편에 나온 배우진이 그대로 출연하며 정해인이 막내 형사로 새롭게 합류했다.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2005), ‘곡성’(2016), ‘공작’(2018)에 이어 네 번째 칸영화제 초청이다.

‘베테랑 2’가 초청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은 칸영화제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이다.

■ 클래식 부문 ‘영화 소년, 동호’

김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소년, 동호’가 클래식 부문 초청작 명단에 포함됐다. 클래식 부문은 세계 영화 역사에 남을 고전영화 복원판을 상영하거나 세계 주요 영화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초청한다. 부산 일간지 국제신문이 제작한 ‘영화 소년, 동호’는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의 영화 인생을 담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집행위원장으로 부산영화제 창설을 주도했고, 영화제 급성장을 이끌어낸 한국 영화계 주요 인사다. 부산영화제 창설 이전에는 문화부 차관, 예술의전당 사장을 거쳐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영화는 김 전 이사장이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이창동 이정향 신수원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박정자 조인성 등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 ‘블루 선 팰리스’ 비평가주간 진출

한인 1.5세 샐리 수진 오 대표가 제작한 ‘블루 선 팰리스’(Blue Sun Palace)가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중국계 감독인 콘스탄스 탕이 메가폰을 잡고, 대만 배우 이강생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뉴욕 퀸즈에 사는 중국 이민자 커뮤니티를 다룬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이강생은 대만 유명 감독 차이밍량의 페르소나로, 지난 2020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데이즈’(Days)를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블루 선 팰리스’가 저예산 영화임에도 탕 감독의 각본에 감명받아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고 프로덕션 측은 전했다.

1962년 시작된 비평가 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 중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부문이다. 매년 장편 7편, 단편 12편 안팎을 소개한다.

■ 임유리 감독 ‘메아리’ 라 시네프 초청

임유리 감독의 첫 연출작인 단편 ‘메아리’가 칸 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받았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부문으로 한국 감독의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윤대원 감독의 ‘매미’, 황혜인 감독의 ‘홀’이 각각 2등 상을 받기도 했다.

임 감독은 배급사 인디스토리를 통해 “자신이 아는 세상을 깨고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프랑스까지 닿았다니 기쁘다”라며 “이번 기회를 동력 삼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아리’는 술에 취한 청년들에게 쫓겨 금지된 숲으로 도망친 옥연이 몇 년 전 영감과 혼인한 앞집 언니를 만나게 돼 여성으로 사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CJ문화재단의 신인 단편영화 감독 지원사업 ‘스토리업’에 선정돼 제작 지원을 받았다.

[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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