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중국軍과 협력하며 美 제재받는 하얼빈공대 방문 주목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동북 지역의 명문 하얼빈공과대학(HIT)을 찾은 데 대해 미국은 경계 섞인 시선을 보냈다.
중국군과의 협력 관계로 인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학교를 공개적으로 방문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동시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고도로 우려하며 견제하는 중국의 대러시아 군사지원과 관련, 중국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기사에서 “HIT는 로켓과 미사일, 우주 기술 관련 연구로 유명하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전쟁이 더 강력한 방위산업 단지의 필요성을 되살린 상황에서 러시아가 크게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HIT가 중국 인민해방군과의 연계를 이유로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올린 학교라는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모욕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안보 전문가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NYT에 “중국이 하얼빈이나 다른 곳에서 특정 기술을 러시아와 공유할 가능성보다, 이번 방문이 갖는 보다 큰 방향성과 신호를 더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갈라우스카스는 “푸틴의 HIT 방문은 중국이 군사적으로 응용가능한 기술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공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푸틴의 HIT 방문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도 미사일과 탄약 등을 본격 공급받기 전인 작년 9월 러시아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우주기지를 방문했던 때를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 수행능력 강화로 연결되는 중러 협력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얼마전까지 중국은 러시아 군사기술에 대한 접근으로부터 거대한 이익을 누렸다”며 “1990년대부터 시작해 2000년대 초반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중국은 러시아 무기의 주된 구입자였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IT는 중국 군(軍)과, 러시아의 여러 기관들과 깊이 연결돼 있다”며 “‘중국 국방의 7공자’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WSJ는 HIT가 2018년 연구예산의 절반을 국방 부문 응용에 사용했고, 졸업생의 30%는 국방 부문에서 일한다고 호주 싱크탱크 전략정책연구소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또 “HIT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했을 수 있는 북한 과학자들을 교육했다”고 전했다.
중러관계 전문가인 알렉산더 코롤레프 뉴사우스웨일스대 선임 강사는 WSJ에 “러시아는 오랫동안 러시아 극동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구상에 우려를 해왔는데 이번 푸틴의 하얼빈 방문은 그런 두려움이 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러관계는 지정학적 수준뿐 아니라 ‘함께 미국에 맞서자’는 데까지 이르는, 점점 더 실질적 협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NYT는 “푸틴의 HIT 방문은 상징적 의미가 깊다”며 “103년 역사의 HIT는 최근 푸틴의 모교인 상트페테르부르크주립대와 공동 캠퍼스를 열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