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방송이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이 극심한 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이 올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모였다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기리 대회’를 조명했다.
CNN은 16일 보도한 “한국인들은 ‘아무것도 안 하기’를 누가 가장 잘하는지를 경쟁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2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 현장을 소개했다.
2014년 시각 예술가 ‘웁쓰양’이 처음 시작해 올해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멍때리기 대회’는 90분 동안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가장 잘 유지한 참가자를 가리는 대회다.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잠이 드는 경우, 잡담을 하거나 주최 측이 제공한 음료 외의 음식을 먹는 등의 경우엔 탈락한다.
CNN은 올해 대회에서 100명 넘는 참가자가 “신체적 도전이자 일종의 예술 작품, 혹은 한국의 초경쟁 사회로부터의 휴식인 이 행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말없이 요가 매트 위에 모였다”고 전했다.
올해 대회에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곽윤기(35)씨도 참가했다. 그는 평균 심박수와 관객 투표를 통해 정해지는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곽씨는 “나는 올림픽에 다섯 번을 나갔고 30년 동안 훈련 하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며 “여기 이 시간 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한테 필요한 게 이거다’라고 생각해 오게 됐다”고 CNN에 말했다.
올해 대회에는 4천명 이상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이 중 선정된 117명이 이날 대회에 참가해 각자의 방식대로 ‘멍때리기’를 선보였다.
CNN은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참가자들에게 번아웃(탈진)과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최근 멍때리기 대회는 중국 베이징, 네덜란드 로테르담, 대만,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도 열리며 국제 행사로도 확장됐다고 CNN은 소개했다.
올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 씨는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조금 뒤처진다고 생각하는 경쟁이 치열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어야 하며 때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