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품 관세 인상 앞다퉈 선명성 경쟁…”러스트벨트 표심 공략 차원”
FT “바이든·트럼프, 블루칼라 일자리 수호에 누가 더 진심인지 경쟁 중”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중국 관세가 새로운 전선이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앞다퉈 공약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에 누가 더 엄격한지, 다시 말하면 누가 더 노동자 계급의 일자리에 대한 맹렬한 수호자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비판하면서 철강과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 상당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것을 비롯해 배터리, 반도체, 태양 전지, 일부 의료품 등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FT는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에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팽팽한 러스트벨트(북동부 5대호 연안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짚었다. 이 지역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 꼭 잡아야 하는 경합주로, 무역 이슈는 이 지역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대중국 관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내 전임자는 미국의 수출 증가와 제조업 강화를 약속했지만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하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에 질세라 재집권에 성공하면 중국을 고율 관세로 옥죄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정권 탈환시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물리는 것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등 일부 중국산 제품 대한 관세 대폭 인상 방침이 공개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술 더 떠 다른 부문까지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은 다른 자동차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다른 많은 품목들에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13일 뉴저지에서 열린 대선 유세 현장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관세 인상은 자신의 무역 정책을 베낀 것이라며 대중국 강경 무역 정책을 자신이 시작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바이든이 마침내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는 약 4년 늦었다”고 비꼬면서 바이든의 대중국 관세 인상 계획은 ‘선거용 책략’일 따름이며 선거가 끝나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2016년 말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에 중국산 제품에 3천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바 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실제로는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전임자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나 백악관에 입성하자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3천억달러 규모의 대중국 관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등 좀 더 전략적인 산업을 겨냥한 맞춤형 관세 폭탄으로 전선을 더 넓히는 모양새라고 FT는 분석했다.
FT는 바이든 집권 기간에도 미중 간의 갈등의 불길이 타올랐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종국에는 트럼프의 보호주의적인 접근을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때리기’가 연말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득표에 호재가 된다는 판단 아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적으로 대중국 관세 폭탄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