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건으로 다친 팔’ 출신 대학생 3명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버몬트주 주택가에서 백인남성의 총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출신 대학생이 뉴욕타임스(NYT)에 기고문을 내고 해당 총격 사건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졌더라면 그냥 거리에 버려진 채 죽고, 이름조차 금새 잊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를 한 히샴 아와타니는 아이비리그 명문인 브라운대 재학생으로, 지난해 11월 25일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미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할머니 집에 가던 중 팔레스타인 출신 친구 2명과 함께 길에서 총격을 당했다.

아와타니는 기고에서 “내게 총구가 겨눠졌던 것은 그날 벌링턴의 밤이 처음이 아니었다”며 17세이던 2021년 5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의 한 검문소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항의 시위를 하던 중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탄을 맞은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무탄과 실탄이 섞여 있었고 나는 고무탄을 맞았지만, 같은 반 친구는 실탄을 맞았다”며 “직전까지 우리는 화학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학생이었지만 이스라엘군이 보기엔 그저 사람으로서 자격이 안 되는 테러리스트 군중일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아와타니는 총격 사건 후 자신과 미국 내 친지들을 향해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던 것은 단순히 발생지가 미국 버몬트여서이거나 자신들이 미국 명문대 학생이어서가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착민, 오슬로협정,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스라엘에 맞선 봉기) 같은 용어가 아니라 ‘총기 폭력’, ‘증오범죄’, ‘극우 극단주의’와 같은 용어가 사용됐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이 아니라 이번만큼은 사람으로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람이 아닌 단순히 통계 숫자로 취급되고, 그 숫자마저도 이스라엘 당국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 친구와 자신이 만약 서안지구에서 총을 맞았다고 상상한다면 “세 명 모두 총을 맞고 그냥 그대로 죽도록 내버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이름은 친(親)팔레스타인 서클에서 하루 이틀 회자하고 라말라 거리의 추모 포스터에 붙었다가 내가 거리에서 봤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른 이름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와타니는 “내가 요르단에서 다리를 건너 서안지구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브라운대 고고학 및 수학 전공 학생이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팀 팬이고, 발칸반도 역사광(狂)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그저 다시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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