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폭격’ 옛 국방부 건물 부지 99년간 무상임대·재개발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옛 국방부 부지 재개발 사업권을 따내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건설부는 15일 옛 국방부 부지 재개발 프로젝트 사업자로 쿠슈너의 투자 회사인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건설부는 어피니티 파트너스에 대해 “평판이 좋은 미국 회사”라고 소개한 뒤 매각이 아니라 99년 임대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폭격을 받은 베오그라드 중심부의 옛 유고슬라비아 국방부 건물 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05년 세르비아 정부가 보호 대상 문화재로 지정한 이 건물은 폭격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쿠슈너의 투자 회사는 이번 계약에 따라 99년간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고급 호텔과 1천500여채의 아파트 단지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트럼프 정부 시절 주독 미국 대사를 지낸 리처드 그레넬 전 국가정보국장도 참여하고 있다.

세르비아로선 아픈 역사의 상징인 이곳이 당시 폭격을 주도했던 미국, 그것도 미국 대통령의 사위에 의해 재개발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많은 세르비아인에게 이 소식은 마치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알카에다는 2001년 납치한 여객기를 WTC에 충돌시킨 9·11테러의 주범이다.

세르비아에서 옛 국방부 건물 보존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지금까지 2만2천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지난 2월 이 사업 계획을 담은 문서를 최초로 공개한 야당 의원인 알렉산다르 파비치는 “이번 일은 국가에 대한 존엄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결여됐는지를 보여준다”며 “수치이자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쿠슈너와 그레넬 전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부동산 프로젝트가 미국이 나토의 폭격으로 생긴 상처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개발로 인한 수익은 세르비아와 공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넬 전 대사는 “미국 투자자들이 유고슬라비아의 옛 국방부 건물을 재개발할 기회를 얻는 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엄청난 진전을 상징한다”며 “이 프로젝트는 과거 갈등의 상징을 우정과 회복의 ‘가교’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맏사위로 트럼프 집권 시절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낸 쿠슈너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도 백악관에 다시 들어갈 생각이 없으며 자신의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하버드대 주최 행사에서 “가자지구의 해안가는 부동산 개발 가치가 높다”며 “이스라엘 입장에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고 깔끔하게 정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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