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조모씨는 최근 한인타운에 신축된 아파트의 경우 LA 시정부로 역세권 주거지 개발 프로그램(TOC)과 같은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전체 유닛의 일부를 저소득층에게 배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소득층 아파트 상담 및 신청대행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K타운 액션으로부터 저소득 유닛을 갖춘 11개 아파트 정보를 받아 일일히 방문한 조씨는 그러나 관리회사나 아파트 매니저로부터 “연락처를 남기고 기다려라” “아직 신청받을 준비가 안됐다”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1~2달 후 다시 해당 아파트를 찾은 조씨에게 돌아 온 답변은 “이미 신청이 다 끝났다”는 말 뿐이었다. 조씨는 “신축 아파트 유닛들이 저소득층에게 할당돼 제공된다는 것은 말 뿐이고 실제로는 ‘그림의 떡’ 같았다”며 “관리회사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LA시 도시개발국은 지난 2017년부터 역세권 주거지 개발 (TOC) 프로그램을 시행해 일반 아파트를 건축하는 개발업자가 대중교통 인접 지역에 아파트를 개발할 경우 조닝 변경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이에 대한 댓가로 아파트 개발업자는 완공된 아파트 내 일정 유닛을 저소득층 가정에 배정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LA시 주택국은 밀집지역 보너스(DB)라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업자에게 아파트 개발 및 공사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개발업자는 일정 유닛을 저소득층 가정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저소득층용 유닛들의 입주 과정이 불투명한데다 저소득층에게 우선 제공되지 않고 관리회사 임의로 무자격자에게 렌트되거나 심지어 뒷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한인 세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인타운 노동연대(KIWA)가 주최하고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후원으로 열렸던 LA시 도시개발국 저소득 아파트 유닛 관련 공청회에는 한인을 비롯한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저소득 유닛 입주 과정의 불투명성, 뒷돈 거래 횡행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K타운 액션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한인타운과 인근 지역에 신축된 총 222개 아파트에 배정된 저소득 유닛 아파트는 무려 2,300여 세대가 넘는다.

하지만 저소득 유닛 입주를 원하는 한인들은 ▲인센티브 지원을 받고 공사한 아파트 내 저소득 유닛에 대한 정보 부재 ▲저소득 유닛에 대한 신청 및 선발 과정 불투명 ▲저소득 아파트 입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 권리 차별 행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K타운 액션의 윤대중 회장은 “심지어 시정부의 인센티브를 받고 지난해 한인타운 올림픽가에 완공된 한 아파트의 경우 250여 세대 중 40여 세대 이상이 저소득 유닛으로 배정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관리사무소 측으로부터 자신들은 저소득 유닛 신청서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저소득 유닛에 입주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이 너무 높다는 소리도 높다. 김모씨는 “1베드룸 기준으로 저소득 유닛 렌트비는 월 1,000~1,500달러 선인데, 아파트 측은 렌트비의 2배, 많게는 3배에 달하는 소득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소득 기준은 저소득 유닛이라는 본래 취지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IWA를 비롯한 한인 단체들은 분명 시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혜택을 받고 개발 업체가 유닛 수를 늘려 아파트를 지었음에도 신청 및 접수 절차를 시정부가 직접 관리하지 않다 보니 시공사와 관리회사가 저소득 유닛 입주자를 임의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 저소득 유닛 입주를 거절당했다는 최모씨는 “주변에서 아파트 매니저에게 뇌물을 주고 입주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한인 단체들은 이같은 한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다음 주 중 LA도시개발국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공정한 입주정보 공개 및 신청 시스템 제도화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K타운 액션이 집계한 저소득 유닛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웹사이트(www.kacti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주한국일보 –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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