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주간 떠들썩했던 미국 대학가의 가자전쟁 반대 시위가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하나둘 텐트를 접고 있다.
시위 학생들은 학교 측에 이스라엘과 정부, 기업과의 관계 단절 등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지만, 사실상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한 채 철수하는 양상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텐트 농성을 접은 미 노스웨스턴대, 브라운대에 이어 현재 하버드대의 반전 시위대가 농성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당국에 이스라엘 정부와 무기 제조업체와 관계를 끊으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파는 기업과 거래하지 않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군이 도움이 되는 연구 활동을 중단하고, 이스라엘 기업에서 돈을 버는 펀드에 대학 기금을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요구 사항을 고려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약속을 받고 농성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학생들도 현실적으로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는 인스타그램에서 “우리에게 환상은 없다”며 학교 측과의 거래에 대해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대한) 완전한 공개 및 단절을 요구하는 우리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다만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복귀시켜달라는 요구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또 시위 학생들과 대학 관계자들간의 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기부금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겠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은 논의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외에 미네소타대, 럿거스대, 새크라멘토주립대 등은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하는 데는 동의했지만, 이스라엘 관련 자산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마이클 쉴 노스웨스턴대 총장은 지난 9일 미 일간 시카고 트리뷴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의 지원을 끊으라는 요구에 대해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성명에서 학생들의 요구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운대는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 관련 자산을 살펴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지원을 끊지 않을 것이라고 기부자에게 장담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는 반전 시위대의 핵심 주장이었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낳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시위대는 봤다.
이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첫발을 뗀 것으로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시위대 조직을 도왔던 학생 파즈 바운은 대학 측이 자산을 공개하기로 한 협정을 중요한 첫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얻어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노스이스턴대의 제니 스티븐스 교수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극단의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며 남아공과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던 대학가 시위와 비교했다.
그는 시위 초기 대학은 학생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압력이 가중되자 학교 측이 학생들과 만나 실제 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규모 대학 중에는 이스라엘의 자금 지원 중단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뉴욕에 있는 유니온신학대는 가자지구 전쟁과 연관된 기업들과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에 있는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는 시위대의 농성 철회를 조건으로 특정 이스라엘 기업들과 관계를 끊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