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도 여전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라인 사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일 관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며 두 나라가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것만으로 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뒤집어 보면 정치권의 반일 프레임이 경제성장을 그만큼 가로막고 있다는 뜻이다.
대규모 자금 이탈 우려에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나 최소 연 2조 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양곡관리법이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경제 이슈 정치화의 한 사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야당은 경제에 관심이 없다. 중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오로지 정치 프레임으로 윤석열 정부를 몰아세워 국회와 행정부를 장악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랍에미리트(UAE)는 몇 개 월 내 원전 4기, 30조 원 규모의 신규 발주에 나설 예정이다. 체코와 폴란드, 영국 등 잠재 수요국도 여럿이다.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 업체 페어필드에 따르면 2030년 SMR 시장 매출 규모만 9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이 원전을 계속 문제 삼으면 기관 입장에서는 수출 작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무조정실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분석’ 연구 용역을 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이념 갈등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매년 약 60조 원에 달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의 연구도 비슷하다. 센터가 지난달 내놓은 ‘갈등 및 분쟁에 관한 시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갈등 해결에 대한 ‘점수’가 출범 첫해 1.87, 지난해에는 1.59에 그쳤다. 집권 2년 차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 2.67 △박근혜 정부 2.64 △문재인 정부 2.34 등이다. 현재 정치권의 갈등 해결 수준은 최하이며 이것이 사회 갈등을 넘어 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정치화를 막고 경제성장 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야당도 정부와 여당에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야당이 솔선수범해 경제 이슈에서 정부와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수권 정당이 되려면 노동·연금 개혁이나 최저임금 등에서 과감성을 보여야 한다. 경제정책에서 계속 반대만 하면 향후 권력 창출에도 불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