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에서 사흘째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국경 넘어 미국 북부 하늘까지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다.
지난해 봄철 캐나다 산불로 겪었던 ‘최악의 대기질’ 악몽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100건 이상, 앨버타주에서는 4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다른 대형 산불도 동쪽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최소 20만㏊(헥타르·1㏊는 1만㎡)에 이른다.
가장 큰 화재는 미 노스다코타주와 맞닿은 국경에서 북쪽으로 400마일(644㎞) 정도 떨어진 매니토바 광산 지대에서 발생했다. 사흘 전 발화한 이후 12일 새벽까지 최소 3만5천㏊를 태웠다.
앨버타주 포트 맥 머리 인근 숲에서도 통제 불능의 대형 산불이 났다. 앨버타주 주도인 에드먼턴에서 225마일(약 360㎞)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이 불은 주말에 비해 3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동부에서 발생한 큰불은 밴쿠버에서 650마일(약 1천㎞) 정도 거리의 포트 넬슨을 위협하고 있다.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산불이 뿜어내는 연기 역시 심각하다.
캐나다 앨버타주와 그 주변 지역, 미국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에 대기질 경보가 내려졌다.
앨버타주 주도인 에드먼턴에서는 위험한 대기질로 인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미네소타주 인터내셔널폴스에서는 13일 오전 경보가 내려졌고, 이는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미 연방 환경청(EPA)이 운영하는 대기질 정보제공 사이트 ‘에어나우'(AirNow.Gov)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 경계지의 지난 주말 대기질은 가장 위험한 단계의 경보인 ‘코드 퍼플’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네소타 북서부 지역에서도 12일 ‘코드 퍼플’까지 올랐다가 건강에 위험한 수준을 알리는 ‘코드 레드’로 떨어졌다.
소량의 연기는 높은 고도에서 부는 제트기류를 타고 미국 동부 해안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앞으로 2∼3일 동안 흐린 하늘과 매캐한 연기 냄새는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중서부 북쪽 지역, 오대호 지역으로 계속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에는 동부 평원과 중서부 지역으로 남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대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산불은 캐나다뿐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발생했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거대한 연기 기둥은 텍사스주 남단과 남쪽 걸프주, 플로리다주까지 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불로 인해 캐나다 국영철도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포트 세인트존∼포트 넬슨, 앨버타주 하이레벨 북쪽 등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캐나다 환경부는 특별 대기질 악화 경보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온타리오주까지 확대했다.
캐나다 정부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캐나다 전역의 봄과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또다시 ‘재앙’ 수준의 산불 시즌이 다시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눈이 적거나 아예 내리지 않는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냈고,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여름에도 숲과 야생 지대에서 불길이 치솟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