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나흘째 집중 공세…”하르키우 인근 보우찬스크 외곽 진입”
우크라 “러, 일부 지역서 전략적 성공” 시인…담당 사령관 교체
美, 국방장관 교체에 “‘우크라 공격 지속’ 푸틴 절박함 시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끄는 국방부 장관을 전격 교체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제2도시 하르키우가 위치한 하르키우주(州)에서 나흘째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하르키우시 인근 국경 마을인 보우찬스크 외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이날 보우찬스크 외곽 지역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오전 성명에서 자국 병력이 보우찬스크 북쪽 외곽에서 적군을 몰아내고 있다며 “현재로서 적군이 몇몇 지역에서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시인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앞서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고 밝힌 하르키우주 필나 마을 남쪽 지역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 방어군이 적군에 공격을 가하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이날 하르키우시 외곽에서 불과 20㎞ 거리에 있는 립치 인근으로도 진격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5기 취임식 직후인 지난 10일부터 하르키우주 북쪽 접경지에서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까지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주 국경을 따라 하티셰, 크라스네, 모로호베츠, 올리니이코베 등 약 10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군도 이날 하르키우 지역 담당 사령관을 교체하는 등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 하르키우 지역에 예비군 병력도 추가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적군은 의도적으로 여러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새로운 지역에서 공격을 벌이며 전선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병력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고 있지만 또 다른 마을로 전투가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 지역에서 총 6천명 가량이 대피했으며 마을 약 30곳이 포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러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의 주도이자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시내로 진격할 수 있을 만큼의 큰 돌파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FT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밝힌 하르키우의 마을 10여곳 역시 대부분은 지형상의 불리함 등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하지 않고 사실상 내버려 뒀던 ‘회색 지대’에 해당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복수의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군사 블로거들은 이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병력 규모는 하르키우시를 점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며, 러시아군은 이번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등 다른 전선에 배치한 군 병력을 하르키우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FT는 이번 러시아군 공격의 목적이 우크라이나가 최근 몇 달간 공세를 강화해 온 러시아 국경 마을 벨고로드로부터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벌인 집중 공세는 푸틴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전 제1부총리로 전격 교체한 직후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이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끌어 온 세르게이 쇼이구 전 장관 대신 경제 전문가인 벨로우소프 전 부총리를 국방장관에 앉힌 것은 장기화하는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러시아 경제 부흥에 집중하려는 속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국방장관 교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는 높은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논평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국방장관 교체는) 전쟁이 러시아 경제를 고갈시키는 주된 ‘구멍’으로 작용하는 데다가 최대 31만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러시아군 대규모 병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자 하는 푸틴의 절박함에 대한 시사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