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당국 “라파에 신와르 없어”…라파 지상전 정당성 의문 제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현실성이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소탕했다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재개해서다.
또 하마스의 가자지구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준비 중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없다는 미 정보당국의 첩보가 전해지면서 라파 공격이 정당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CNN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재개한 점을 들어 하마스 제거 목표가 현실적인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이 작전을 통해 하마스와 교전을 벌인 끝에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 캠프 대부분을 장악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자이툰 지역에서도 지상전에 나섰으며, 라파 동부 지역을 공습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소탕했다고 판단한 지역에 하마스가 되돌아오면서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이번 전쟁에서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상 3만5천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진 가운데 100명 이상의 이스라엘 인질이 하마스에 아직 억류돼 있고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라파 군사 작전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최후 거점으로 보고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인 라파에 가자지구 최고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숨어있지 않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미 정보당국의 이런 판단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 작전에 대한 정당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양국 정보기관들은 신와르가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의 땅굴을 떠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마스의 광대한 가자지구 터널망 가운데 칸 유니스 땅굴이 가장 깊은 곳에 있는데 최대 지하 15층 깊이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신와르가 자신의 은신처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라파에 신와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마스 궤멸을 내세워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민간인 참사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신와르를 쫓는 것이 라파에 대한 공세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이스라엘 측에 말했다고 미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가자지구 전략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의 군사역사학자인 대니 오르바흐는 CNN에 “이스라엘의 전략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며 하마스를 끝없이 소탕하고 약화하면서 가자지구 통치의 책임은 회피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정부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대한 구상 부재로 군인들이 반복적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