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도중 어깨 탈구돼 올해 복귀마저 불투명
문상열의 스포츠 그 뒷얘기들
야구는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종목 가운데 하나다. 팀 전력, 개인 성적이 시즌 전 예상과는
빗나가기 일쑤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늘 예측이 빗나가고 이변이 속출하는 게 야구라는 특별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시즌 전 아메리칸리그 중부는 B급 지구로 꼽혔다. 그러나 초반에 5개팀 가운데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제외한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4팀이 경쟁력을 갖추며 돌풍의 지구가 됐다.
오히려 MLB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챔피언십에 진출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AL 서부 지구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선발 투수들의 잇단 부상 때문이다.
LA 다저스는 초반 미니 슬럼프를 겪었으나 6연승, 7연승의 상승세를 보이며 지구 우승 전선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과시했다.
‘7억 달러 사나이’ 오티나 쇼헤이(29)는 공격 주요 부문 선두를 달리며 슈퍼스타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팔꿈치 수술로 타자로만 전념하면서 공격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며 2025시즌에도 풀타임 야수로 활동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을 정도다.
2018년 MLB에 입문한 오타니는 지난해 처음 타율 0.304를 기록했다. 올해는 타격왕에
도전할만큼 타율 선두로 나섰다.
코리안 빅리거 2명 이정후(SF 자이언츠)와 김하성(샌디에고 파드리스)은 안타깝게도 부진하다.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25)는 4월에 데뷔 초반 반짝세를 보인 뒤 주춤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수비 도중 어깨가 탈구돼 올해 복귀마저 불투명하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김하성은 타율 저하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장타력, 도루, 수비 등은 돋보이지만 정작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타율은 ‘멘도사 라인’ 언저리에 있다.
멘도사 라인(Medoza Line)은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로 타율 0.200대 머물러 있는 것을 뜻한다.
마리오 멘도사는 멕시코 태생으로 1974년~1982년 9년 동안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동한 유격수다.
MLB 9년 동안 5차례나 시즌 2할 타율에 진입하지 못했다. 통산 타율은 0.215로 마쳤다. 198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3루수 조지 브렛(Hall of Famer)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기자들에게 “일요판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게 멘도라 사인 아래 누가 있는지다”라고 말해 저조한 타율의 대명사가 멘도사 라인이 돼버렸다.
브렛은 이 해 1941년 MLB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보스턴 레드삭스)의 0.406 이후 가장 높은 0.390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김하성은 지난 4일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올스타 2루수 루이스 아라에즈(27)를 트레이드해 2024시즌을 파드리스 유니폼으로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단은 장기 계약할 여력이 없는 터라 김하성을 시즌 도중 트레이드하고 유망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즌 전 구단은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2루수 김하성의 포지션을 바꿨다.
이정후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언론에서는 안타 1개만 쳐도 야단법석이지만
부상으로 전력에 마이너스가 됐다. 데뷔 초반에 홈런을 때리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으나
현재는 판단 보류다.
지난 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다리를 맞아 시즌 처음 연속으로 경기에 결장했다. 복귀 후 곧바로 수비를 하다가 펜스에 부딪혀 장기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이정후가 자이언츠와 계약할 때 이곳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한 게 컨택트 능력이다. KBO 7시즌 통산타율이 0.340이다. 2021시즌 이후 한 시즌에 삼진 30개 이상을 당한 적이 없다. 2021년 544타석에 37개, 2022년 627 타석삼진 32, 2023년 387타석-23개 등이다. 볼을 맞추는 능력은 탁월하다.
삼진도 13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타율은 0.262다. KBO리그와 MLB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컨택트는 삼진과는 반비례하고 타율과는 비례하는 법.
삼진 적은 컨택트 명성이 이정후 타격의 발목을 잡는 원인은 아닌지 생각케 된다. 13개의 삼진은
매우 적은 수치다. 36경기에서 멀티 삼진은 4월2일 LA 다저스전이 유일하다. 김하성의 경우 같은 날 기준 32개다.
멀티 삼진이 총 9차례며 한 경기 3삼진도 한 차례 당했다.삼진이 현저히 적은데도 불구하고 출루율은 고작 0.310에 불과하다. 테이블세터의 출루율로는 매우 낮다.
득점이 15개에 머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이블세터는 득점, 중심 타선은 타점 기록이
중요하다. 김하성은 삼진이 많은데도 출루율이 0.315다.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 컨택트에 급급하다보면 자신의 스윙이 어렵다.
특히 국내에서 성장한 타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삼진에 대한 공포가 있다. 삼진을 당하면 코치와 감독이 현장에서 바로 지적한다. 심지어 구타도 했다. 현재 아마추어 야구도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팀배팅을 앞세워 우측과 우중간을 향하는 타격과 어떤 볼도 맞추라는 게 감독의 주문이다.
이러한 코칭스태프의 주문은 자신만의 타격이 어렵다. 삼진을 당해도 과감한 스윙이 필수다. 메이저리그 타자는 스윙이고 KBO리그 타자는 컨택트라는 지적이 이런 데서 나온다.
자이언츠는 오프시즌 이정후에게 거액을 투자하고 파워히터 호르헤 솔레어와 마운드에서는
사이영상 의 블레이크 스넬,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조던 힉스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보강했다.
오프시즌 FA 계약 총액만 3억2350만 달러로 10억 달러를 투자한 LA 다저스 다음으로 큰 금액이다. 특히 이정후에게 가장 큰 돈을 투자했다. 베이 출신 봅 멜빈 감독도 영입했으나 5월까지
투타의 언밸런스가 이어져 성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자이언츠는 이정후를 영입하려고 단장이 직접 한국 고척돔을 방문해 경기를 관전하고 사인까지
했다. ‘바람의 아들’ 아버지 이종범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투구에 팔꿈치 뼈가
부러지면서 하향 길을 걸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부상 악몽이다. 데뷔 첫해 혹독한 시련이다.
문상열 스포츠전문기자
moonsytexa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