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도 “최근 중한 관계에 어려움이 늘어났다”며 “이는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13일 베이징에서 왕 부장을 만나 모두발언을 통해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도 “한중간 최근의 어려움은 양측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중은 양국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견지해 관계를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양측은 만찬까지 함께하며 서울에서 26~27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논의했다. 또 북핵, 북러 밀착 등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장관은 출국에 앞서 “북핵 관련 어떤 협력이 가능하고 중국이 어떻게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북러 협력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조 장관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기자들에게 “(탈북민 북송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중국의 의견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외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국의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3각 안보 동맹) 참여 등 중국이 탐탁지 않게 보는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원칙에 관한 문제에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되 잠재력이 큰 분야에서는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 발전 기반을 더 튼튼히 다지겠다”고 했다.
이번 방중은 경색 국면에 놓인 한·중관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베이징 정식 방문은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한편 조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인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애로 사항도 들었다. 조 장관은 “중국 경제가 기술집약형 산업 구조로 바뀌고 있고 한중 경제 관계도 과거 상호 보완적 파트너에서 이제는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돼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