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 시가전을 강행하면 무기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은 이스라엘에 대한 몇달간의 좌절과 분노가 누적된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9일 내막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중순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여러 경로로 무기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는데도 이스라엘이 자신의 경고를 끝내 무시하자 그 방침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몇 달간 피란민이 밀집한 지역이자 구호물자의 주요 통로인 라피에서는 지상전을 벌어서는 안 된다고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미국은 라파를 대규모로 공격하면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고 계속 경고했는데, 백악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런 뜻을 잘 이해한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에서 제한적으로 공격을 이어 나갔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의도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던 중 4월 초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요원 7명이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사망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인내심을 잃었다.

측근에 따르면, 그가 분노를 표했고 근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면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면담에서 ‘이스라엘이 진로를 수정하지 않으면 미국은 동맹국을 어떻게 지원할지 재고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반대하면서 이스라엘에 민간인 100만∼150만 명을 보호할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전쟁내각은 “우리는 라파에서 하마스를 소탕해야 한다”며 진격을 시사했고, 군은 구호품이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 두 곳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CNN은 지상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자 그간 이스라엘과의 공개적인 갈등을 피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도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좌절감을 맛본 바이든 대통령은 첫 조치로 지난주 이스라엘로 향할 예정이었던 2천파운드(약 900㎏) 항공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항공폭탄 1천700여개의 선적을 중단시켰다.

그리고선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피해를 언급하며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치고 들어간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언론들은 “전례 없는 불만의 표시”였다고 논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번 메시지가 이스라엘에는 새로운 것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스라엘은 거세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우리가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겠다. 필요하다면 손톱으로라도 싸울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확고한 동맹국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측근은 “이스라엘과 네타냐후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라면서 바이든의 신념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 변화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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