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가 많이 필요한 주택을 구입할 때 결함 형태와 공사비 등을 철저히 따져보고 진행해야 한다. 사진은 주택 리모델링 과정을 다룬 인기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장면. [로이터]

‘창의력, 절충, 의지력, 무엇보다 돈’. 현재 미국 주택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다.‘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약 400만 채로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주택 구입이 힘들어졌음을 보여준 조사 결과다. 고 이자율, 고 주택가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작년 최악의 주택 구입난을 뚫고 내 집 마련 성공한 바이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운페이먼트 지원 프로그램

워싱턴 D.C.에서 5년째 거주한 라이언 스미스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은 높았지만 다운페이먼트가 부족해 주택 구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생애첫주택구입자의 다운페이먼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결국 커뮤니티 재개발 비영리 단체인 리디아스 하우스와 연결돼 워싱턴 D.C. ‘주택 구입 지원 프로그램’(Home Purchase Assistance Program)을 신청할 수 있었다.

올해 43세인 스미스는 흑인 주택 소유율 개선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며 주택 구입 소감을 밝혔다. NAR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주택 구입자 중 백인이 약 81%를 차지한 반면 흑인은 7%에 불과했다.

◇ 매물보다 대출 가능성 먼저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제니퍼 모리스와 조엘 쿠에바스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몇 년 동안 지출을 꼼꼼히 챙겨가며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힘썼다. 하지만 전에 주택을 구입한 경험이 없어 모기지 대출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잘 몰랐고 거래 은행에서도 이렇다할 조언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들의 주택 구입 계획을 들은 직장 상사가 부동산 에이전트를 소개해 줬고 에이전트를 통해 융자 중개업체와 연결됐다. 소개받은 융자 중개업체가 일사천리로 도와준 덕분에 둘은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3~4번에 걸친 오퍼가 캐시 바이어에게 밀려 실패하고 그러는 사이 5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박과 같은 조건의 오퍼를 제출했다.

융자 중개업체의 도움에 확신을 얻어 11일 만에 거래를 마치겠다는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이 조건이 셀러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둘은 가격대를 낮춰 콘도미니엄을 구입한 덕분에 여전히 전과 같이 여행과 콘서트를 만끽하고 있다.

◇ 지은 지 100년 된 집

루시 로페즈와 데이먼 홈스는 고쳐야만 입주할 수 있는 ‘픽서 업퍼’ 매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장 입주가 가능한 이른바 ‘무브 인 레디’(Move-In Ready) 매물만 찾다 보니 마땅한 매물을 찾는데 시간만 하염없이 흘렀다. 그렇게 3년간 무브 인 레디 매물을 기다리던 둘은 내 집 마련 전략을 180도 변경했고 지은 지 100년 된 벽돌 건물 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겉보기에만 집 모습을 갖췄을 뿐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집이었다.

그래도 건물의 ‘뼈대’가 튼튼한 것으로 판단해 공사비와 구입비 등을 알아보니 당초 예산인 40만 달러보다 2,000달러가 38만 달러면 충분할 것이란 판단이 내려졌다. 커플은 3년간 집을 보러 다니며 어깨너머로 배운 덕분에 공사를 통해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집을 보는 눈이 생겼다. 공사비만 25만 달러 넘게 들었지만 ‘커스텀 하우스’를 마련했다는 것이 커플의 가장 큰 보람이다.

◇ FHA 융자로 다운페이먼트 문턱 낮춰

불과 6주 만에 생애 첫 주택 장만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재스민과 댄 부부의 당초 주택 구입 예산은 30만 달러였다. 그러나 모기지 페이먼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당시 내던 월 임대료인 1,400달러에 맞춰 예산을 20만 달러로 낮췄다. 우선 매물을 찾기 전에 부동산 에이전트와 융자 중개업체를 통해 다운페이먼트와 주택 보험료, 관리비 등으로 얼마쯤 들어갈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부부는 첫 주택구입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FHA 융자 자격이 된다는 것을 알고 FHA 융자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FHA 융자는 최소 다운페이먼트 규정이 주택 매매 가격의 3.5%로 다운페이먼트 부담을 낮춘 정부 보증 융자 프로그램이다. 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출은 해결됐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은 일이 쉽지 않았다. FHA 융자 승인을 받으려면 매물이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매물을 찾은 끝에 나온 지 하루밖에 안 된 매물에 가장 처음으로 오퍼를 넣어 6주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 ‘하우스 해킹’으로 비용 충당

스테파니 아노는 작년 1월부터 뒤채가 딸린 매물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뒤채를 임대해 모기지 페이먼트에 보태려는 이른바 ‘하우스 해킹’(House Hacking) 전략이었다. 다음 달 뒤채가 딸린 매물에 제출한 오퍼가 바로 받아들여졌을 때 ‘이렇게 빨리?’라며 믿기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에스크로를 시작했다.

그런데 홈 인스펙션을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터져 나왔다. 겉으로는 멀쩡한 집인데 배선 공사를 다시 해야 하고 워터히터도 잘못 설치된 것으로 지적됐다. 외벽에는 습기가 차 곰팡이 발생이 위험이 있었고 가장 큰 문제는 지반 결함이었다. 이 집은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한 아노는 곧 듀플렉스 매물에 오퍼를 제출했는데 이 매물 역시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번째 에스크로는 취소까지 무려 5개월이 걸려 7월이 되어서야 새 매물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그사이 모기지 이자율이 5.625%에서 7.125%로 올랐지만, 아노의 주택 구입 의지를 꺾지 못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1940년대 지어진 벙갈로 건축 스타일의 매물과 계약을 맺었다. 이 집 역시 임대가 가능한 뒤채가 딸린 집이었다. 인스펙션 결과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1년 넘게 집을 팔지 못한 셀러가 수리를 약속해 11월이 되어서야 거래를 마쳤다. 아노의 계획대로 뒤채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거의 매주 임대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 –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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