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시아 대표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를 공동경영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9일 2023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라인야후의 강력한 요청으로 네이버와 지분 관계 조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인 A홀딩스의 지분을 놓고 협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은 자본 관계 비율 조정과 관련해 “현재 50대50인데 한쪽이 다수 %를 가지든지, 아니면 1% 더 가지든지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8일 라인야후에 이어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의 지분 조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데이터 주권 보호를 앞세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과 야후의 경영을 통합한 지 3년 만에 결별할 상황에 처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을 통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2021년 A홀딩스와 Z홀딩스를 설립하고 통합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Z홀딩스와 라인·야후재팬 등 5개 회사가 통합돼 라인야후가 탄생했다. 경영 통합으로 네이버는 일본 검색 시장에 진출하게 됐고 야후재팬은 그간 한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커머스,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정리를 요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안 강화지만 이면에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를 진정한 일본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데이터 주권 등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집권당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은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두 번째 행정지도를 한 직후 “플랫폼 사업자는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재”라며 “근본적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압박 속에 파트너인 소프트뱅크마저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 확보 의지를 드러내면서 네이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버틸 수 있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할 경우 수조 원대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매각 자금을 차기 먹거리인 AI 기술 개발에 투자하거나 M&A를 시도할 수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라인야후 시가총액 약 24조 원 중 32.3%에 달하는 7조 8000억 원가량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시아 대표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2억 명에 이르는 플랫폼인 라인을 해외 사업의 교두보로 삼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부는 라인야후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가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도 라인야후의 네이버에 대한 지분 매각 요구와 관련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상식적 요구”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