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토반도 강진으로 갈라진 도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반적으로 지각판 충돌과 지하 단층·균열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지진이 폭설과 비 같은 기상 현상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윌리엄 프랭크 교수팀은 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지난 수년간 일본 중부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연쇄 지진과 계절성 폭설 및 강우 사이에서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프랭크 교수는 “폭설과 비 같은 지표면의 환경적 부하가 지하 스트레스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일부는 지진으로 나타난다”며 “이 연구는 기후 현상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20년 말부터 일본 본섬에서 북쪽으로 휘어져 동해로 튀어나온 노토(能登) 반도에서 수백차례 발생한 작은 지진들에 주목했다.
노토의 지진은 본진 후 여진이 이어지다 소멸하는 일반적인 지진과 달리 뚜렷한 주진이나 지진 유발 요인 없이 작은 지진이 계속되는 지진군(earthquake swarm) 형태로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런 지진 패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일본 기상청의 지진 카탈로그에서 일본 전역의 시간대별 지진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난 11년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20년 이전 노토반도 지진들은 산발적이고 서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2020년 말부터는 지진이 더 강해지고 시간상 밀집해 발생하는 등 지진군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진행된 노토반도와 그 주변 관측소의 11년간 지진 데이터 분석에서는 지진군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 2020년부터는 이 지역의 지진 속도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계절 변화와 지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수문역학 모델(hydromechanical model)을 이용해 계절에 따른 적설량, 강우량, 해수면 변화 등이 지진 전후 노토반도 지하의 공극 압력(pore pressure)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진 발생 전후 노토반도 지하의 공극 내 유체 압력이 크게 변했고 이런 압력 변화가 지진 속도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계절별 강설량 및 강우량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랭크 박사는 “비나 눈이 내리면 지하 공극 내 유체의 압력이 높아져 지진파가 더 느리게 통과하고, 증발이나 유출로 유체 양이 줄면 공극 내 압력이 감소하고 지진파는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강우량에 폭설 데이터를 포함했을 때 모델과 지진 관측치의 일치도가 특히 높았다며 노토반도 지진군 현상은 부분적으로 계절별 강수량, 특히 폭설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진과 기후의 연관성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구 온난화로 폭우와 폭설 등이 증가하면 이상 기후가 지진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