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준비중인 가자 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의 지상전에 반대하며, 이러한 입장 표명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전달을 중단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오늘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자기 방어 수단들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지금 라파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맥락에서 단기적 안보지원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이 전쟁터에 있는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서의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상황을 평가했고, 고폭발성 탄약(high payload munitions)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pause)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그 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앞서 AP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로 가는 폭탄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선적이 일시 중단된 폭탄의 규모는 2천파운드(약 900㎏) 폭탄 1천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천700여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라파 지상전에 대한 이견 속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지만 책임있는 미국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140만명 이상의 가자지구 피난민들이 집결해있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벌일 경우 민간인 피해가 극심할 수 있는 만큼 신뢰할만한 민간인 보호 계획이 없는 한 라파에서의 대규모 작전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스라엘측에 전달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자 미국도 ‘행동’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과거에 작전을 수행했던 방식과 민간인에 미친 영향,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좁은 지역(라파)으로 몰려든 사실을 볼 때 (라파 지상전이) 민간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우리는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작전이 인도적 지원품 전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단기적 지원의 1회분 수송을 중단했고, 다른 것들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장기적인 이스라엘 안보와 방어에 헌신되어 있다”며 단기적인 지원 문제를 미국의 장기적인 대이스라엘 안보 공약과 연관짓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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