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이 LA 다운타운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인단체 대표들을 초청한 동포간담회 현장.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LA 한인회 제임스 안 회장은 환영사를 겸해 선천적 복수국적 법안의 현실적 개정, 재외선거관 상시 파견제도 마련,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에 재외동포 포함 등을 김 의장에게 요청했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환영사 대신에 한인사회를 대표해 주요 현안을 정리헤 건의한 LA 한인회 측의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안 회장은 특히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대를 이어 한인 2~3세들을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만들기 때문에 한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현실에 맞는 국적법으로 개정되도록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표 의장의 답변은 제임스 안 한인회장이 질문한 의도와는 전혀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김 의장은 “한국의 가장 큰 위기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역법상 병역의무 제한이 풀리는 40세 이상 재외동포에게 전면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안 회장이 언급한 복수국적법은 한인 2세가 미국 등 속지주의를 택하는 국가에서 태어날 당시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을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나라의 국적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 복수국적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만 18세가 되는 해에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경우 만 38세까지 한국에서 병역의무가 수반되는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한인 2~3세들의 발목을 잡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세계 재외동포 사회에서는 조속한 개정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반면 김진표 의장이 언급한 복수국적법은 미국 등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영주할 목적으로 만 65세 이후에 한국에 입국해 국적회복 허가를 받고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면 복수국적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김진표 의장이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회피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동문서답’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708만 재외동포 사회의 목소리가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재외동포들의 현안이 현실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미주한국일보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