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질환은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처럼 심장혈관 또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나눴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사망원인 2위,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발생률이 높고, 그 결과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으로는 미국심장협회(AHA)가 2010년에 제시한 ‘7가지 심혈관 건강지표'(CVH)가 대표적이다.
3가지 생체지표(적정범위의 혈압, 콜레스테롤, 공복혈당)와 4가지 생활습관(신체활동, 정상체중, 금연, 균형 잡힌 식사)을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사망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에서 심혈관 건강지표가 나쁜 사람은 좋은 사람에 견줘 심뇌혈관질환은 물론 만성 콩팥병, 암,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부모의 심혈관 건강관리 상태가 자녀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김현창·정선재·이호규 교수, 황만탕 석사과정)은 2014∼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천267쌍의 부부와 1천567명의 성인 자녀(아들 748명, 딸 819명)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의 심혈관 건강지표를 각기 계산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련성을 살폈다.
이 결과 나이, 성별, 교육수준, 소득수준, 음주 등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배제했을 때 부모의 심혈관 건강지표는 자식의 심혈관 건강지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모 중 한명이라도 심혈관 건강지표가 좋지 않은 경우, 자식의 심혈관 건강지표 역시 좋지 않을 위험은 부모 모두 심혈관 건강지표가 좋은 경우에 견줘 3.5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눈길을 끄는 건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이런 영향력이 부모와 자녀의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흡연 습관의 경우 부녀 사이의 관련성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녀 사이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매우 강했다. 어머니가 흡연하는 경우 딸이 흡연할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5배나 됐다.
반면 심혈관 건강지표를 구성하는 7가지 요소 중 ‘혈압’, ‘콜레스테롤’, ‘공복혈당’, ‘체중’은 부자, 부녀, 모자, 모녀 모든 관계에서 유의성 있는 영향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확인된 심혈관 건강지표의 강한 상관관계로 볼 때 심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게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창 교수는 “아이들은 특히 유아기 동안 가족 환경에서 부모로부터 ‘건강 행동’을 연구하고 습득한 게 성장 과정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심뇌혈관 건강 수준을 평가하고,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가족 단위의 전략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