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 3연패를 노렸던 우리나라 펜싱 남자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아쉽게 8강에서 발길을 돌렸다.
오상욱(세계 랭킹 5위)은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4 SK 텔레콤 펜싱 그랑프리 남자 사브르 개인전 8강전에서 필리프 돌레지비치(미국·랭킹 78위)에 12-15로 졌다.
16강전에서 루카 쿠라톨리(이탈리아)를 경기 내내 압도한 끝에 15-11로 웃은 오상욱은 8강에서는 고전했다.
껑충껑충 공중으로 도약하며 들어오는 돌레지비치의 스텝에 좀처럼 반격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오른쪽 발목을 세 차례나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하는 등 몸 상태도 아쉬웠다.
오상욱은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재개된 지난해에도 정상을 지켰다.
그랑프리는 펜싱 국제대회 중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으로 많은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권위 있는 대회로, 한국은 2015년부터 사브르 그랑프리를 개최해 왔다.
약 34개국 27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파리 올림픽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열려 ‘모의고사’로 성격도 지닌다.
우승은 세계 랭킹 2위의 강호 지아드 엘시시(이집트)에게 돌아갔다.
엘시시는 결승에서 랭킹 1위 산드로 바자제(조지아)를 15-13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결승에서 무릎을 꿇은 바자제는 은메달을 받았고, 4강에서 각각 바자제와 엘시시에게 진 콜린 히스콕(미국)과 돌레지비치에게는 동메달이 돌아갔다.
3연패를 노렸으나 컨디션 난조로 일찍 발길을 돌린 오상욱이 이번 대회에 나선 우리나라 대표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올라갔다.
오상욱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사실 이렇게 될 줄 예상하고 있었다. 연습할 때 잘되지 않았고,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다”며 “더 준비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팀의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바자제에 12-15로 밀려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했다.
점수 차가 4-8로 벌어지며 초반 끌려간 구본길은 11-10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등 중후반에는 기세가 매서웠다.
그러나 치열한 공방 속 12-12로 동점을 허용했고, 이내 3점을 내리 내줘 아쉽게 16강에서 발길을 돌렸다.
구본길은 “홈에서 열린 대회라 입상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최근 컨디션이 많이 올라온 것 같고, 경기력은 만족스럽다”며 “경기 운영 측면에서 마지막에 조급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도경동(국군체육부대), 하한솔, 정한길(이상 성남시청)은 모두 32강에서 탈락했다.
도경동은 아드함 바흐가트(이집트)에 12-15, 하한솔은 세바스티앙 파트리스(프랑스)에 14-15, 정한길은 바자제에 6-15로 패했다.
여자 대표팀도 16강을 밟은 선수는 없었다.
전하영(서울특별시청), 전은혜(인천중구청) 등이 루시아 마르틴포르투게스(스페인), 사라 발제(프랑스)에 8-15, 9-15로 완패했다.
여자부 우승의 영광은 아라셀리 나바로(스페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결승에서 사라 누차(프랑스)를 15-13으로 꺾었다.
이들에 밀려 4강에서 발길을 돌린 마르틴포르투게스와 발제가 동메달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