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6일 하마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해 민간인 소개령을 내렸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해안에 있는 알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한다면서 라파 동부에 머무는 주민들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알마와시에는 야전 병원과 텐트촌,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이 구비돼 있다”며 “정치적 승인에 기반해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주민의 임시 대피를 촉구한다. 이 과정은 향후 상황평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한 휴전·인질교환 협상이 종전 문제로 막판에 교착되자 지체하지 않고 라파 공격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드라이 대변인은 이어 전단과 문자메시지, 전화통화는 물론 아랍어 매체를 통해 민간인 대피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구호 단체들도 민간인 대피와 관련한 정보를 이스라엘군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제한된 지역’에 대한 대피작전을 통해 대략 10만명 가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피 작전은 하마스를 붕괴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로 어제 라파에 하마스가 존재하고 그들이 작전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이날 라파 동부에서 일부 피란민이 가족 단위로 대피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대피령을 내린 뒤 라피 동부지역에 공습을 단행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의도가 선명해지자 하마스는 격렬한 저항을 예고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에게 라파 공격은 소풍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지킬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라파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유력한 정황에 국제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이집트는 군사적전시 피란민의 대량 유입에 대비해 라파와 접한 시나이반도 북부의 경계태세를 격상했다.
요르단강 서안 옆 요르단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입시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이를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스라엘의 라파 민간인 대피 명령은 최악의 상황, 더 큰 전쟁과 기아의 전조”라며 “이를 용인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전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전날 하마스가 라파 인근에서 이스라엘 남부의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에 로켓 10여발을 쏴 사상자가 발생하자 하마스가 휴전을 원하지 않는 신호라며 곧 라파 군사작전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마스는 지난 주말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이로가 중재한 협상에서 이스라엘에 종전 논의와 이스라엘군 철군 약속을 요구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종전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밀려온 140만명가량의 피란민이 모여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같은 라파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을 만류해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 인질 구출,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며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작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이를 위해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 인근에 약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한 사실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