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쿠바 평균 월급 25달러인데 러는 월 2천달러 지급”
“117개국 무비자 입국 가능한 러 여권도 유인 요인”

일부 쿠바인이 모국에서보다 높은 급여와 러시아 시민권 취득에 이끌려 러시아군에 입대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투입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BBC는 지난해 9월 러시아군 모집 담당 장교 이메일에서 유출된 쿠바 용병 200여명의 여권 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이름과 얼굴 등을 SNS 계정과 대조한 결과 이 중 31명이 러시아에 있거나 러시아군과 연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당 계정을 운영하는 쿠바인들은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거나 러시아 거리 표지판 혹은 자동차 번호판이 배경으로 보이는 스스로의 사진을 올렸다. 일부는 현재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다고 표시해놨다. 

이들 중 다수는 2023년 하반기부터 러시아 관련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들의 러시아 도착 시기를 알려준다고 BBC는 지적했다.

쿠바인들을 러시아군으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보상이다. 

유출된 문서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쿠바 용병들은 한 달에 2천달러(약 270만원)가량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는 쿠바에서 평균 월급은 25달러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러시아 시민권 역시 강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 러시아 여권으로는 전 세계 117개국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데 비해 쿠바 여권은 61개국만 가능하다.

BBC는 쿠바인 러시아 용병들의 SNS 계정에 입대 후 몇 달 만에 러시아 여권을 받았다는 게시물도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의 병력 손실을 메울 외국인 용병을 모집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러시아군과 1년간 복무 계약을 체결하는 외국인이 러시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했다. 

쿠바의 경우 냉전 시대부터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쿠바인들은 비자 없이 러시아로 입국할 수 있고 쿠바와 모스크바 간 직항 항공편도 있어 용병 모집이 더 수월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에 들어간 쿠바인이 몇 명인지 신뢰할만한 추정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중남미·카리브해 지역 우크라이나 대사 루슬란 스피린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내 쿠바인 용병이 400명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군에서 장교로 있다는 쿠바인 라사로 곤살레스는 러시아의 반정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휘하에 쿠바인 90명이 있으며, 쿠바인들은 최전방보다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곤살레스는 미국에 기반을 둔 이 라디오방송에 “쿠바인들이 하는 일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도시와 지역에서 군대를 지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 젊은이들이 건설 일자리를 제안받고 러시아로 갔다가 대신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으로 보내지는 등 거짓 약속에 속는 경우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러시아군 내 외국인 용병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최근 수개월 동안 러시아군 가운데 외국인 용병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며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러시아군 중 외국인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페트로 야첸코 우크라이나 전쟁포로국 대변인은 러시아군 내 외국인 용병 중 상당수가 쿠바, 인도, 네팔 등 저소득 국가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최전선에서 매주 최대 5명의 외국인 용병을 포로로 붙잡는다”면서 이들의 전투 능력은 낮으며 이는 전장에서의 수명이 며칠은커녕 몇시간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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