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사실 목기시대였나?
“독일 쇠닝겐서 발견된 30만년전 목재유물에 뚜렷한 가공 흔적”
“보존에 취약한 목재 특성 아니었으면 시대구분 기준 바뀌었을 수도”
30만년전 유럽 북부의 네안데르탈인이 석기 외에도 나무를 깎아 만든 투척용 창과 정교한 목제 도구들을 사용하는 등 나무로 도구를 만드는 데 능숙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니더작센주(州) 문화유산부와 영국 리딩대 소속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독일 쇠닝겐시(市) 인근 노천 탄광에서 1994∼2008년 출토된 목재 유물에 대한 첫 종합 보고서를 공개했다.
‘스피어 호라이즌’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 출토지는 1990년대 중반 구석기 시대 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창들이 발견된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여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사냥도구들인 이 창은 유럽 북부에서 네안데르탈인이 하이델베르크인을 대체하기 시작한 30만년전 제작됐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나온 700여점에 이르는 목재유물을 3D 현미경 검사와 미세단층촬영(micro-CT) 기법을 활용해 2021년부터 분석한 결과 이중 187점에서 쪼개거나 긁히고 마모된 흔적을 확인했다.
특히 창 중 일부는 파손되거나 끝이 무뎌진 뒤 다시 날을 세운 정황이 있었고, 부러진 무기를 깎고 다듬거나 다른 용도로 재가공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보고서의 수석저자 디르크 레더는 “지금까지는 나무를 쪼개는 건 현생인류만이 했던 행위로 생각돼 왔다”면서 네안데르탈인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목제 유물에서 가공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지닌 의미를 강조했다.
연구진은 스피어 호라이즌에서 발견된 목제 유물을 분석한 결과 최소 10자루의 창과 7자루의 던지기용 막대가 있었고, 구멍을 뚫거나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등 일상생활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35개의 뾰족하거나 둥근 유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석기인들은 나무껍질을 벗기고 가지를 제거한 뒤 창끝을 뾰족하게 다듬고 불에 구워 강도를 높이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신중하게 목재를 가공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딩대 소속 인류학자 아너미커 밀크스는 창던지기 선수들이 동일하게 제작된 목제 창을 던지는 실험을 한 결과 약 15m 거리에서 25%, 약 20m에선 17%의 명중률을 보였고 이는 사냥에 필요한 최소수준의 갑절에 이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니더작센주 문화유산부 소속 고고학자 토마스 테르베르거는 “우리는 목재도구가 석기만큼이나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면서 만약 목재가 더 잘 보존될 수 있었다면 석기의 발전단계를 기준으로 한 지금의 시대구분 대신 목기가 기준으로 쓰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지난달 1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홈페이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