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매코널의 항복과 니키 헤일리의 패배

U.S. Senate Minority Leader Mitch McConnell (R-KY) walks to the Senate floor after announcing earlier in the day that he will step down this year from his leadership role, at the U.S. Capitol in Washington, U.S., February 28, 2024. REUTERS/Elizabeth Frantz

매코널, 보수 대법원 원죄 있지만… ‘세계 경찰’ 가치에도 충실

트럼프와 각 세웠지만 결국 퇴장..”뉴라이트가 공화당 점령”

“세계가 불타고 있다” 외친 헤일리 ‘마가’ 냉랭한 반응 속 패배

공화당을 지배한 트럼프즘…재선 시 브레이크 없는 질주 시작

미국 켄터키주는 보수적이고 기독교 색채가 짙은 ‘바이블 벨트’에 속한 지역이다. 인구 구성의 80% 이상이 백인으로 2000년 이후 줄곧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1984년 이 지역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상원의원이 당선됐는데 그가 바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다. 그는 보수 성향 켄터키주를 기반으로 내리 7선을 하며 무려 40년 동안 상원의원 자리를 지켰고 2007년부터는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최장수 보수당 대표로 매코널이 남긴 정치적 레거시(유산)는 ‘낙태권 폐기’ 등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온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의 탄생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집권 8년 동안 미국의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이를 뒤집기 위해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했다.

미 대선이 열린 2016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보수의 대부였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메릭 갈런드 현 법무장관을 후보로 지명했는데 당시 상원을 장악한 매코널 대표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틀어 막았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의 입맛대로 대법관 3명을 차례로 임명,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 이룰 수 있었다. 특히 보수 성향의 마지막 대법관인 에이미 코니 배럿이 지명된 2020년은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코널 대표는 4년 전과 달리 이를 신속하게 인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에서 ‘약삭빠른 위선자’라는 거센 비판도 받았지만 매코널 대표는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이라는 주류 공화당의 가치를 지키는 데도 일관성을 지켜온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상원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상원 가결 이후 북부 켄터키 트리뷴지에 쓴 기고에서 “친구를 버리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는 근시안적이고 비역사적인 목소리가 크게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올드 크로(켄터키산 저가 위스키)’로 불리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기도 했다.

그런 매코널 대표가 최근 상원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사실상의 ‘항복’인 동시에 정통 보수가 지켜온 미국의 역할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공화당에서 버티기 힘든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매코널의 퇴장은 레이건이 상징하는 국제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가 설 자리를 잃고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판 극우 뉴라이트가 공화당을 점령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경선 패배 역시 매코널 대표의 퇴장과 맞물려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 경선에서 줄곧 “세계가 불타고 있다”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였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만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전혀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반(反)트럼프’ 인사들이 사라진 미국 공화당에서 더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질주를 막을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삼권 분립을 기반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던 미국의 대통령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탈환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등 집권 1기보다 훨씬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건 독트린이 무너진 자리를 트럼프 독트린이 차지했다”고 논평했다.

서울경제 윤홍우기자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부림… 1명 중태

시에라 마드레 빌라 역에서 30대 남성 칼상 입어범행 동기 아직 밝혀지지 않아 한 남성이 17일 오전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에 ...

트럼프 정국에 민주당은 내부 갈등으로 폭발 일보전

민주당 차세대 진보파, 현역 의원 교체 선언...세대교체 움직임 본격화 미국 민주당이 2024년 대선 패배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젊은 진보 ...

뱅크 오브 호프 장학생 신청 접수 개시

뱅크 오브 호프 산하 호프 장학 재단이 2025 호프 장학금 신청 접수를 받습니다. 장학생 신청 마감은 오는 6 월 6 ...

미국판 ‘강남좌파’, AOC와 버니 샌더스 고가전용기 타고 유세..

"입으론 평등, 행동은 호화…샌더스·AOC의 '전용기 위선' 도마 위에"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하원의원이 '올리가르히와의 전쟁'을 ...

[속보] 플로리다 주립대서 총격 발생, 최소 6명 부상.. 용의자 체포

캠퍼스 일시 대피령 발효... "현재 추가 위험 없어"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SU)에서 오늘 정오 무렵 총격 사건이 발생해 캠퍼스가 일시적으로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

S&P 500·나스닥 반등, 다우존스 하락세로 시작..

유나이티드헬스 실적 충격에 다우지수 하락하고 나스닥·S&P 500은 상승 미국 증시는 전날의 급락세 이후 4월 17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이며 출발했습니다. S&P 500과 ...

관세영향으로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 불황에 고전..

수입관세 불확실성과 산불피해 복구로 남가주 건설업계 이중고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와 부동산 개발업계가 새로운 수입 관세 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불확실성에 ...

구글 광고 기술 사업 독점 판결, 빅테크 해체 시대 열리나

미 법원 "구글 광고기술 불법 독점" 인정... 빅테크 기업들에 사업 분할 공포 확산 미국 연방법원이 구글의 광고 기술(애드테크) 사업이 불법적 ...

하버드 메디컬 스쿨, 연방 연구비 75% 중단 위기

연구비 75% 의존하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3조원 지원 중단 시 "생명 구하는 연구까지 중단" 하버드대학교가 미 연방정부와의 갈등으로 약 22억 ...

IMF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 낮지만, 저성장·고부채 우려”

게오르기에바 총재, 트럼프 관세·무역 불확실성 경고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까지는 아니지만, 저성장과 고부채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

미국 대학 한인교수 전형선, 갑작스런 비자 취소로 강의 중단

학기 중 귀국 '날벼락'...미국 전역 외국인 학자 비자 취소 사태 확산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대학교에서 재직 중이던 한인 교수 전형선 씨가 ...

LA 카운티 검찰, 메넨데스 형제 선고 재검토 연기 요청

감옥·가석방 담당관의 위험성 평가 보고서 필요 주장형제 변호인단은 별도 논평 내놓지 않아 LA 카운티 검찰이 에릭과 라일 메넨데스 형제의 재형량 ...

해리스,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선 여론조사 압도적 1위

여론조사 응답자 31%, 해리스 출마 시 지지 의사 밝혀출마 찬반 의견은 50대 50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2026년 ...

[속보]”파월 해임, 빨리 이뤄져야” 트럼프, 연준 의장에 ‘일격’

관세 정책 비판한 파월 의장에 대통령 격분..."늘 늦고 틀린 판단" 맹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

스포티파이, 전 세계 서비스 장애… “해킹 아니다” 공식 부인

수만 명 이용자 불편, 글로벌 장애 발생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2025년 4월 16일,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서비스 장애를 ...

일본-미국 무역 협상, 관세 논의 속 ‘큰 진전’ 보여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 간 무역 협상에서 양국이 관세 문제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전해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 자문위원, 하마스 연루 소송 후 사임

"팔레스타인계 억만장자 바샤르 마스리, '10·7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소송당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학장 자문위원회(Dean's Council) 위원이 하마스(Hamas) 지원 혐의로 미국에서 소송을 ...

트럼프 정부, ‘눈엣가시’ 뉴욕검찰총장 기소  하나?

주택금융청 "대출 사기 의혹" 법무부에 수사 의뢰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중 한명으로 꼽히는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에 ...

개그맨 이진호, 불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 후 검찰 송치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개그맨 이진호(39)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를 도박 혐의로 지난 15일 송치했다고 17일 ...

위험한 LA 카운티 차량 추격전 끝은..

차량 추격 끝에 차량 전복, 용의자 병원 이송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또 한 번의 위험한 차량 추격전이 발생해 차량이 완전히 뒤집히는 ...

트럼프 행정부, 노숙자 정책 사령탑 해체 수순… “법적 충돌” 논란 확산

"연방 노숙자 정책 컨트롤타워 붕괴"... 사상 최악의 노숙자 위기 속 정책 공백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기관 축소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

이정후, 시즌 10호 2루타…타율 8위·장타율도 6위 ‘펄펄’

필라델피아 상대 5타수 2안타 2타점…팀도 11-4로 대승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26)가 MLB 전체를 통틀어 2025시즌 가장 먼저 2루타 ...

“사랑하지만 지켜줄 수 없어”…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일본관

"부동산업자 시절부터 일본에 이중적 시각…미국을 교묘하게 속였다고 생각"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초반에 미국과 마주한 일본의 협상 진행 상황에 각국이 촉각을 ...

텍사스 하원, 77억 달러 규모의 학교 지원 법안 승인..

"교사 연봉 최대 7천 달러 인상, 특수교육에 2조원 투입" 텍사스주 하원이 77억 달러(약 10조 6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교육 예산안을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외계 행성 K2-18b에서 생명 신호 포착 가능성

'하이시언' 행성 K2-18b, 생명체 존재 가능성의 새로운 무대 최근 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

[속보]LAHSA 거액의 합의금 지급 기록 공개 거부 파문..

"세금으로 지급한 합의금인데 이유도 알 수 없다니" 시민단체·전문가 강력 비판 로스앤젤레스 노숙자 서비스 당국(LAHSA)이 고위 임원들의 부당 해고 및 내부 ...

밴너이스 몰에서 총기 위협 사건 발생.. 범인 현장 검거

"남성이 총을 겨눴다" 911 신고에 현장 통제... 2025년 4월 16일(수) 오후 4시 31분경, 밴누이스 지역 15700 Vanowen St에서 한 남성이 ...

트럼프 “하버드는 조크”…보조금·면세권 박탈 현실화 수순

국토안보부 "하버드 안보 위협…38억 원 규모 보조금 취소" "국세청, 하버드 면세지위 박탈 곧 최종 결정"…시행되면 대학 재정 큰 타격 도널드 ...

재외공관 비자심사 부실… LA총영사관도 적발

▶ 감사원 운영실태 감사▶ 통합사증정보시스템 미비 ▶ 신청인 정보 입력오류 등▶ LA문화원 회계상 실수도 이번 감사에서 LA 총영사관 등의 비자심사 ...

IRS 정보공유에 가주 불체자 180만명 ‘추방 공포’

▶ ICE 이민단속에 활용돼 “협정 합법성 조사해야” 연방 국세청(IRS)이 불법체류자들의 개인 납세정보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협정을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