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해 3일(현지시간) 외부 개입을 시도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여러 주체들이 (ICC의 활동에 반발해) ICC나 그 구성원을 상대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ICC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협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ICC의 법 집행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성명은 해당 ‘위협’의 주체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는 이스라엘 지도부를 향한 ICC의 체포 영장 발부를 막으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방위적 압박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달 30일 자신을 향한 ICC의 체포 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반유대주의적 증오 범죄”라며 강도 높게 공개 비판했다.

이후 체포 영장 발부가 이뤄질 시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보복하겠다는 으름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나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ICC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ICC 당국자들을 비공개로 접촉해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는 실수가 될 것이며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 당국자들이 전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ICC의 조사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ICC를 겨냥한 위협에 대해서는 규탄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ICC 관리를 포함해 공적 관리들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위협이나 협박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아세르 국제법 연구소의 가브리엘레 클레비카이테 연구원은 AFP에 비록 이스라엘 정부가 보복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ICC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지만,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발언 중에는 ICC 관리에 대한 위협이나 ICC 조사에 대한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고 짚었다.

ICC는 2021년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해왔다.

이후 칸 검사장은 최근 해당 조사의 대상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고조된 폭력 행위로 확장됐다며 가자지구 참상에 대한 전쟁 범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최근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02년 124개국이 서명한 로마 법령에 근거해 설립된 ICC는 반인도적 범죄와 제노사이드(인종 학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 등을 기소할 권한을 갖는 국제 기구다.

ICC 회원국이 아닌 이스라엘은 자국이 ICC의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ICC는 2015년 팔레스타인이 로마 법령에 서명한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은 ICC의 관할권 안에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조사로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지도부를 정조준한 칸 검사장은 지난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전쟁 범죄 혐의 체포 영장 발부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러시아의 강한 반발과 체포 영장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 행위에 푸틴 대통령의 책임이 있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궐석 재판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러시아는 칸 검사장과 ICC 판사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에 착수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으며, 칸 검사장을 러시아 내무부 수배령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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