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윤의 딱히 몰라도 되는 짧은 지식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내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동시에 식당 안이 그 요란한 소리로 진동을 한다.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스마트 폰이 동시에 울려 댄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앰버 경고(AMBER Alert)’이다.

앰버 경고는 무엇일까?
예전에 한국에서 과자 봉지나 우유팩의 포장에 미아 찾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종되거나 납치된 어린이들의 사진과 이름과 나이 등등의 정보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종되거나 납치된 아동을 찾는 현대판 버전인 셈이다.

America Missing Broadcasting Emergency Response의 앞 자를 따서 앰버(AMBER)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것은 ‘앰버(AMBER)’라는 스펠링에 끼워 맞춰진 것이지 유래는 따로 있다.

1996년 1월 13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아동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외할아버지 집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던 9살 소녀 앞에 갑자기 검은 트럭이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차에서 내린 범인이 그 소녀를 강제로 차에 태워 사라진다.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얼마 뒤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소녀는 성폭행을 당한 뒤에 살해된 것이었다.

이 소식이 뉴스로 알려지며 온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된다. 그래서 경찰에서도 특별 반을 꾸려 1999년까지 수사를 이어갔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특별 반은 해체된다. 이 피해자 소녀의 이름이 바로 Amber Hagerman이다.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2003년에 ‘앰버 경보 시스템’이 정식으로 도입되었다. 어린이가 실종되거나 납치되었을 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건의 정보를 알리는 것이다.

TV와 라디오는 물론이고, 이메일, 전자 교통 상황 안내판 그리고 일반인들의 전화기에까지 이 경보가 전달되게 하여 골든 타임 내에 제보를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결과는 대단했다. 앰버 경보가 실시된 이후에 실종이나 납치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어린이들의 수가 무려 1100 여명에 이른다.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시스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2007년 제주도에서 양지승 어린이가 실종되었을 때 처음 시도되었으며, 2021년부터는 긴급 재난 문자 시스템을 통해서 앰버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앰버 경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 피해자 앰버. 그 사건으로 인해 새롭게 도입된 앰버 경보.
다시 말해, 앰버 경보는 아동 실종의 경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우리의 자녀, 우리의 가족, 우리의 이웃의 이름인 것이다.
앰버 경보가 뜨면 더욱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앰버를 잃지 않도록…

<정재윤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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