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 미술관이 소장한 고대 조각상 ‘승리의 청년’이 이탈리아에 반환돼야 한다고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2일(현지시간) 판결했다.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ECHR은 이날 게티 미술관의 주장을 기각하고 이탈리아가 이 조각상의 반환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ECHR는 판결문에서 2019년 이탈리아 대법원이 이 조각상을 회수하기 위해 내린 몰수 명령은 합리적이며 이탈리아 문화유산의 일부였던 물건의 반환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탈리아 당국은 이 조각상이 이탈리아 문화유산의 일부인데도 게티 미술관이 정당한 출처에 대한 증명 없이 작품을 구입함으로써 “최소한 과실 또는 악의로 법의 요구 사항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기원전 4세기 무렵 알렉산더 대왕의 개인 조각가인 리시포스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청동상은 월계관을 쓴 청년을 형상화해 ‘승리의 청년상’으로 불린다.

게티 미술관이 독일 뮌헨, 영국 런던을 떠돌던 이 청동상을 1977년 400만달러(약 43억원)에 사들여 전시해 인기를 끌면서 ‘게티 청동상’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석유왕’ J. 폴 게티가 세운 게티 미술관은 그리스·로마 유물 전문 박물관으로 통할 정도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물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탈리아는 1964년 자국 아드리아해의 공해 구역 해저에서 발굴된 이 청동상이 약탈품을 취급하는 예술품 거래상을 거쳐 게티 미술관으로 갔다며 1989년 처음으로 반환을 공식 요청했고, 거부당하자 소송전에 들어갔다.

2019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이 조각상을 자국 문화유산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히며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게티 미술관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ECHR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에 불복하려면 사건 당사자가 통상 3개월 내에 ECHR의 최종심에 해당하는 대재판부(Grand Chamber)에 회부되도록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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